모성 작가 김소문
대작 화가 박혜숙
중견 화가 김소문씨와 박혜숙씨가 우연의 일치로 거의 같은 기간에 전시회를 갖는다. 남가주 한인 미술계의 중심인물로 활동하며 오랜 동안 남다른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의 거의 동시에 열리는 전시회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9월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장소는 LA와 뉴욕으로 갈라졌다.
김소문씨의 작품 ‘밥상’.
박혜숙씨의 작품 ‘밤’.
김, 식탁 등 가구에 수놓은 어머니 사랑
박, 폭발하는 열정 가득 ‘뉴욕 나들이전’
김씨는 9∼30일 LA 로터스 갤러리(4267 W. 3rd St.)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그림과 가구의 만남전으로 개막 리셉션은 9일 오후 6시. 연락처 (213)380-0001
박씨의 그림이 뉴욕으로 나들이를 떠난다. 8∼30일 뉴욕 2x13 갤러리(531 W. 26th St.). 지난 6월 문을 연 갤러리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다. 연락처 (212)563-3365
김소문씨는 모성 작가로 불린다. 그림 세계에 생사와 시공을 초월하는 어머니의 사랑이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년에 걸쳐 상형 문자로 보이는 자기만의 독특한 시각적인 작품을 발전시켜 왔다. 상징적이며 리드미컬한 작품에는 그가 추구하고 있는 모성애가 배어 있다.
전시회에는 그의 작품을 부착했거나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린 식탁, 탁자 등 40여 점의 가구가 선보인다. 매우 신선한 시도로 여겨지는데 그는 “현대 미술이란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실험적이며 다양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박혜숙씨가 사무실의 한쪽 면을 가득 채울 수 있는 큰 그림 그리기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나의 마음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고 늘 말한다. 이 같은 감정을 작은 그림 속에 담을 길이 없어 대작 그리기를 고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시회에는 박씨가 96∼2005년 완성한 대작 4점 등 그림 6점, 드로잉 3점, 판화 3점이 나란히 걸린다. 관장 크리스탈 김씨는 “그림의 이미지가 강하고 그림을 보는 순간 좋은 작가라는 느낌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박씨의 전시회를 유치하게 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이 만난 것은 벌써 사반세기나 지났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연 만남을 이어가는 동안 서로의 작업 활동을 격려하면서 두터운 정을 쌓아 갔다. 김씨는 박씨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혜숙이는’라는 말로 시작한다. 박씨는 김씨를 ‘형’이라 부르며 친근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김씨는 “혜숙이의 그림은 세속적인 때가 묻지 않았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추구하는 그 정신이 아름답다”고 추켜세웠다.
박씨는 “형의 그림에는 분명한 철학이 들어 있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화답했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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