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테러범’소문 순례객들 대피소동, 일부는 독극물 중독사
(바그다드AP.신화.AFP.로이터=연합뉴스) 31일 오전(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의 시아파 성지에서 자폭테러 소문에 놀란 시아파 순례객들이 한꺼번에 대피하면서 약 650명이 숨지고 322명이 다쳤다고 이라크 정부와 경찰 소식통들이 밝혔다.
이보다 약 2시간전 바그다드 시내 시아파 밀집지역인 카디미야 구역에 있는 이맘 무사 알-카딤 사원에서는 저항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박격포 공격으로 최소 7명의 시아파 순례객들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이날 바그다드에서는 전국에서 모여든 시아파 순례객 약 100만명이 시아파 성인인 7대 이맘 무사 알-카딤을 추모하기 위해 연례 순례 행진에 나섰다.
신화통신과 로이터통신은 순례객들이 이맘 무사 알-카딤 사원의 박격포 공격이 있은 후 알-카딤 사원으로 가기 위해 티그리스 강 위의 알-아이마 다리를 건너던 중 누군가가 ‘다리 위에 자폭테러범이 있다’고 외치자 사람들이 겁에 질려 서로 밀치다 티그리스 강으로 떨어졌다고 내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경찰 소식통들은 수백명이 이 소리를 듣고 뛰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스스로 강을 향해 몸을 던졌다며 노인들은 대부분 밟혀서 즉사했지만 수십명은 익사했고 강에는 아직도 시신들이 있어 구명보트들이 동원돼 인양 중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내무부의 아드난 압둘 라흐만 대변인은 AP통신에 사망자가 648명, 부상자가 322명이며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이라고 전했다.
이번 참사는 이라크 헌법초안위원회가 사흘전인 지난 28일 수주간의 협상 끝에 헌법 초안을 확정, 10월15일 국민투표에 회부하기로 했으나 수니파가 강력히 반발해 오는 10월15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정국혼란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생존자 파델 알리(28)는 내 주변에 수천명이 있었다. 자폭테러범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모두가 비명을 질렀고 나는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헤엄쳐 강둑에 닿았다. 여성과 노약자들이 내 뒤를 따라 강으로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압둘 무탈리브 모하메드 보건장관은 국영 이라키야 방송에 나와 다리 위에 대규모 군중이 모여있었고 사고 당시 누군가가 자폭테러범이 있다고 하자 패닉상태에 빠져 서로 밀기 시작해 질식사한 경우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경찰은 AP통신에 순례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다리 난간이 떨어져나가 다리 위의 순례객들이 강으로 추락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랍권 방송들은 바그다드 시내 각 병원의 복도에까지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들것에 실려 늘어서 있는 장면과 사고소식을 듣고 수천명이 생존자를 찾아 강둑 양쪽에 모여든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이날 사망자 중에는 독극물에 중독돼 숨진 사람도 수십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르무크 병원은 최소 6명이 알-카딤 사원 주변에서 독극물이 든 음식과 주스를 받아먹고 숨졌다고 말했고, 알-킨디 병원은 독극물에 중독된 시신 20구를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소식통은 순례객들이 알-카딤 사원으로 가던 중 수니파 사원 한 곳을 지날 때 무장괴한들의 총격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브라힘 자파리 이라크 총리는 이날부터 사흘간을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한편 알-카딤 사원에서의 박격포 공격 직후 미군 아파치 헬기가 박격포 발사 지점을 포착해 즉각 응사했다고 군 당국은 성명을 통해 밝혔다.
chae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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