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프로젝트(Project Mulberry)
이 책은 Linda Sue Park이 ‘사금파리 한 조각’(A Single Shard) 이후 4년 만에 내 놓은 소설이다. Linda Sue Park 은 한인으로서는 최초로 아동 문학상 중 최고인 뉴베리 메달을 수상한 작가라고 소개한 바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네 편의 소설들이 과거를 시대 배경으로 하는 역사 소설이었던데 반해 Project Mulberry는 그녀의 첫 현대 (contemporary) 소설이어서 또 다른 관심을 모은다
줄거리는 7학년의 발랄한 한인 이민 소녀 줄리아 송과 친구 패트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 이민과 그 애환, 또 자녀들의 이야기를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Linda Sue Park)의 눈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와 시각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매우 흥미로운 점들이 많고 무엇보다 자녀들의 정체성, 국적 등의 문제를 1세대 이민자들이 모르는 실제 미국 사회의 상황과 조합하여 잘 그려냈다.
주인공 줄리아 송은 초등학교 나이에 일리노이주의 플레인 필드로 이민 오게 된다. 플레인 필드 마을에는 한인가정이 하나도 없었다. 줄리아는 이웃에 사는 패트릭과 자연스럽게 단짝 친구가 되는데 방과후 Wiggle Club이라는 농업 클럽에 함께 가입한다. 클럽 활동의 일환으로 일리노이주에서 개최하는 과학 경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데 줄리아는 패트릭과 함께 축산(animal husbandry)을 주제로 응모한다. 무엇을 기를까 고민하던중 줄리아의 어머니가 어렸을 적에 한국에서 누에를 길러 보았다며 누에를 길러 볼 것을 권한다. 패트릭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환영하지만 줄리아는 지나치게 한국적이라고 생각하고 내심 창피해 한다. 줄리아는 미국에서 누에알을 구하고 뽕잎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겉으로는 누에를 먹일 뽕잎을 구하기 위해 뽕나무를 찾는다. 줄리아 속마음으로는 뽕잎을 구할 수 없게 돼 다른 프로젝트로 경시대회에 참가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누에 알을 구하게 되고 도움을 받아 뽕잎도 얻게 되면서 줄리아는 결국 누에를 기르게 되는데 애벌레가 뽕잎을 먹고 자라고, 실을 뽑아 고치 집을 짓고, 결국 번데기로 변해 나방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동시에 자신의 뿌리, 한국적인 것에 대한 긍지도 되찾게 된다.
이 소설은 친구와의 우정, 가족 이야기도 다루고 있으나 편견, 애국심, 인종차별등 어린이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슈를 알아듣기 쉽게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줄리아에게 뽕잎을 주는 Mr. Dixon은 흑인인데 줄리아 어머니는 Mr. Dixon과 시간을 같이 보내지 말라고 줄리아에게 충고한다. 그 장면이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고 현실적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어머니의 편견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어머니에게도 감동을 주게 된다.
이 책에 대해 특기할 것이 있는데 저자인 Linda Sue Park 은 챕터가 끝날 때마다 자신이 어디서 책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등을 밝히며 줄리아와 대화를 나눈다. 이들의 대화가 누에고치 프로젝트 이야기와 맞물려 독자들에게 색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와의 대화가 독자들을 산만하게 만드는 면도 있지만 통찰력 있는 대화가 재미있게 느껴진다.
한국을 소재로 하는 영어 아동 문학 작품이 매우 귀한 현실에서 Project Mulberry는 한인들에게 매우 반가운 작품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들에게는 영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것 같다. 특히 이민 초기 혹은 그 후라도 자녀가 자신의 정체성, 뿌리에 대해 고민할 경우 많은 도움이 되며 본국의 독자들에게는 이민 사회의 단면을 솔직한 시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아동도서 전문사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