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가지·대나무·재활용 신문지 등으로 관 제작
화장 후 골분도 시간 지나면 썩는 단지에 담아 묻어
토미 오담(41)의 시신은 캘리포니아 포에버 펀우드의 가파르고 바람 잦은 언덕에 묻혀 있다. 작은 떡갈나무 밑에. 돌처럼 딱딱한 나무판과 셀비어 잎들, 그리고 자주색 리본이 차분하게 매어 있다. 오담은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펀우드 공동묘지에 묻혔던 40명 가운데 오담이 처음으로 묘지 내에서 보다 자연에 가까운 곳으로 옮겨갔다. 대리석 명패도 없다. 그야말로 죽어서도 자연친화적으로 돌아간 것이다.
캘리포니아 펀우드·사우스캐롤라이나 램지 크릭 보호지대에
베이비부머 2040년까지 410만 명 사망할 듯, 150억달러 규모
지난해 가을 이 공동묘지를 오픈한 타일러 캐시티(35)는 사람도 죽어서 자연환경 보전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런 묘지 개면은 영국에서 비록됐다. 영국에는 자연친화적 공동묘지가 140곳이나 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아직 일부 묘지에서만 시도되고 있는 정도다. 여전히 검은 관이 묻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례산업은 약 150억달러의 규모다. 캐시티는 베이비부머들을 겨냥하고 있다. 자연친화적 장례문화, 즉 ‘그린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야심이다. 자연을 보전하고 지구를 구한다는 슬로건까지 등장한다.
‘그린 문화’는 빌리 캠벨이 먼저 시작했다. 의사인 그는 1998년 사우스 캐롤라이나 웨스트민스터의 램지 크릭 보호지역 350에이커를 그린 묘지로 삼았다. 시신은 향료나 약품처리하지 않는다. 관도 자연스럽게 썩을 재료로 해서 만든다. 화장을 하고 남은 골분을 담은 작은 단지도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어 묻는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썩어 자연과 하나가 되게 한다는 것이다.
캠벨은 7개월 전까지만 해도 펀우드 묘지에서 상담원으로 일했다. 펀우드 묘지에서는 그린 장례는 1만5,000달러, 화장 비용은 수백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호응이 미지근하자 캠벨은 펀우드를 떠나 캘리포니아 매린 카운티에 비영리 단체와 자문회사를 설립했다. 캐시티는 조용한 자연주의자인 반면 캠벨은 자연친화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스타일의 운동가다.
캐시티와 캠벨은 2040년까지 사망할 410명의 베이비부머를 타깃으로 경쟁한다. 이들 베이비부머들은 무언가 튀는 것을 선호한다는데 착안하고 있다. 이들이 ‘그린 장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펀우드 공동묘지가 위치한 매린카운티에서는 놀랍게도 사망자의 81%가 화장을 희망한다. 캐시티는 “사람들은 이제 기존의 장례문화에 식상해 있다. 죽으면 더 이상 화려하게 치장할 것도 없고 보전할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죽어서라도 자연에 도움이 되고 자연 속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했다.
펀우드 공동묘지에서 자연친화적으로 생을 마감하려면 특수 관을 주문해야 한다. 버들가지나 대나무로 만든 관이 준비돼 있다. 그리고 이 관은 대마 실크 등이 섞인 합성물질로 칭칭 감긴다. 가격은 5,000달러. 영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재활용 신문과 무독성 접착제로 엉기게 한다.
펀우드 묘지에는 또 다른 자연친화적 묘가 있다. 묘라기보다 작은 단지가 있다. 이 단지에는 캘롤라인 슬로스(84)의 화장한 유해가 담겨 있다. 이 단지는 시간이 지나면 흙처럼 분해된다. 심리치료사인 로스의 딸 마사(52)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사위 머레이 실버맨(62)도 ‘그린 문화’지지자다. “죽어서 묻힐 자리를 미리 예약해 놓았다. 살아서 이미 숱하게 환경을 오염시켰는데 죽어서까지 그럴 수는 없다”는게 그들의 생각이다. 죽어서나마 자연에 작은 보탬이 되겠다는 것이다. 비석이 없고 수풀이 우거져 있기 때문에 여기에 묻힌 시신들을 확인하려면 소형 컴퓨터를 이용해야 한다. 묘지를 걸으면서 이 소형컴퓨터를 작동시키면 묻힌 시신의 약력이 자세하게 모니터에 뜬다.
라이벌 캠벨은 더 자연친화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묘에 온실화초를 갖다 놓거나 화려한 장식품을 놓고 가지 못하도록 했다. 그린 장례 문화가 정착하려면 당사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땅이 고스란히 보전되고 환경이 덜 오염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그린 장례 덕에 이러한 기대가 사실임이 입증돼야 한다.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인 제리 드레이퍼(53)는 샌 안젤모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11에이커 토지를 자연친화적 공동묘지로 전환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 토지를 매각해 갈기갈기 쪼개는 것보다는 묘지로 전환해 그대로 보전하는 게 환경보호 차원에서 더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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