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묘지에서 중가주애국선열추모위원회 김명수 회장이 체계적인 유적지 관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민 선조 숨결 깃든 유적지‘수두룩’
“한인 기숙사·묘지·교회·호텔 등 관리 안하면 곧 사라질 것” 우려
프레즈노는 초기 이민사회 유적지의 보고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한인들은 이를 지키는데 큰 자긍심을 갖고 있다.
프레즈노 한인 중에서 초기 이민 역사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낸 사람은 해병전우회 중가주 지부 김명수 회장. 리들리 묘지에 초기 한인 이민자들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1989년부터 리들리와 다뉴바에 묻혀 있는 선조들의 묘지를 돌보고, 유적지를 보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캘리포니아 묘지기라는 별명이 붙은 김 회장은 “적어도 1,000명이 넘는 외부인에게 묘역을 안내했을 것”이라며 “이민 100주년을 전후해 중가주 이민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기쁘지만 아직도 우리가 복원하고 가꿔야 할 유적지가 많다”고 말했다.
중가주애국선열추모위원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의 소개로 리들리와 다뉴바에 흩어진 유적지를 돌아봤다. 답사 도중 리들리 교회에서 선조들이 심어 놓은 무궁화가 잘려 나간 것을 발견한 김 회장은 “하루 빨리 체계적 관리를 시작하지 않으면 귀중한 유적지도 머지 않아 무궁화처럼 사라져 버릴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형제 상회 자리
넥타린 품종을 개발해 30∼40년대에 큰 부를 쌓은 김호·김형순씨가 운영하던 김형제 상회. 지금은 창고로 쓰이고 있다. 의형제인 김호와 김형순은 이 곳에서 번 돈을 독립자금으로 보내는 등 독립운동에 앞장 선 애국자이기도 하다.
▲이승만 박사와 안창호 선생이 투숙했던 버지스 호텔
두 지도자가 리들리와 다뉴바를 찾을 때 묶었던 유서 깊은 호텔.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간판이 붙어 있다.
▲리들리 교회와 한인 노동자 기숙사
김호·김형순씨가 제공한 땅에 세운 한인교회. 이 교회 건너편에는 당시 한인 노동자들의 기숙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빈땅이다. 지금은 멕시칸 교회가 들어서 있다.
▲리들리·다뉴바 묘지
리들리에 146명, 다뉴바에 45명의 초기 이민자가 잠들어 있다. 대부분의 묘지에 후손들의 왕래가 끊긴 상태로 중가주애국선열추모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리들리 한인교회는 첨탑 십자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건물이 노화해 보전이 시급하다.
관광 거점 도시… 숙박·요식업 호황
프레즈노는 LA한인 여행사들에게 관광 거점 도시다.
샌프란시스코, 오세미티, 킹스캐년, 세코이야 팍을 드나드는 관광버스는 모두 프레즈노로 모인다. 어디를 가든지 중심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레즈노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숙박업과 요식업에 종사하는 한인이 적지 않다.
한인 단체 관광객 전용식당 가야의 용필수 사장도 그런 한인 중 한 명.
1999년 이 식당을 인수한 용 사장은 관광객만 상대로 밥을 팔면서 수지를 맞추고 있다. 그는 “시즌에는 일주일에 50대의 대형버스가 들어오니 한 달에 1만명에게 밥을 해 주는 셈”이라며 “한 달 순수익이 3만달러를 넘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IMF 이후 관광객이 줄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 들어 관광객 숫자가 완전히 IMF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여행사 스케줄에 따라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 5시면 문을 열어, 밤 11시 넘어 문을 닫는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는 용 사장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여행객들이 ‘밥 맛있네요’라고 해줄 때 가장 보람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하기 전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한인관광 관광객들을 배경으로 서있는 가야 용필수 사장의 얼굴에 웃음이 넘친다.
비즈니스 가격 저렴 E2투자 유리
“사업기회는 아직도 대도시에 비해 좋습니다.”
프레즈노 한인상공회의소 김경수 회장은 “LA의 번잡함과 심한 경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프레즈노는 좋은 사업처”라고 말했다.
LA의 집을 팔아 프레즈노에 오면 좋은 집과 비즈니스를 살 수 있었던 90년대 초에 비하면 프레즈노의 부동산 값이 많이 오른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인 업주들의 만족도는 높다.
최근 이 지역에 주정부가 대규모 병원을 건립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시생활에 지친 간호사들이 보다 여유있는 삶을 위해 전근을 고려중인 것도 이 지역의 경제환경을 대변하는 한 대목이다.
1981년 루지애나로 이민 와 94년 프레즈노로 이사온 이정찬씨도 그런 한인 중 한 명. MCI사에 다니다 올 초 다운타운에 보석상을 연 이씨는 “6개월도 안 됐는데 직원들 월급 주고 집에 가져갈 돈이 있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냐”며 “대도시 생활의 트래픽과 복잡함을 감안하면 살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맘모스 스왑밋 스티브 이 매니저는 “우리 몰에서 사업하는 한인업주 중 E2 투자자도 적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가격이 저렴해, E2 투자자 대부분이 성공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미고스 주얼리 이정찬(왼쪽) 사장이 맘모스 스왑밋 스티브 이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레즈노=글.이의헌 사진.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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