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국 와인제조업자 계약 체결
지난 달 26일 나파 밸리의 코피아(Copia) 음식문화센터에서 유럽과 미국의 와인제조업자들이 모여 특별한 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의 샴페인, 포르투갈의 포트, 스페인의 셰리, 그리고 미국의 나파(Napa) 등 명품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의 대표들이 모여 서로의 지명을 존중하고 지켜주자는 ‘나파 밸리 지역 선언’(Napa Valley Declaration of Place)을 채택한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린지 간단히 설명해보면, 샴페인(Champagne), 포트(Port), 셰리(Sherry)라는 단어는 와인을 만드는 지방의 이름, 즉 고유명사로서 그 지역만의 독특한 토양과 양조기법이 전수된 전통적인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후에 다른 지역에서도 그 기법을 모방해 비슷한 와인을 만든 다음 오리지널과 똑같은 이름을 붙임으로써 보통명사화 된 것이다.
가장 흔한 예가 샴페인이다.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파뉴 지방에서 17세기 무렵 동 페리뇽이란 수도사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발포성 와인이다. 그런데 후에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기법으로 발포성 와인을 만들고는 샴페인이란 이름을 갖다붙이곤 하였다. 이에 샴페인 제조업자들은 ‘샴페인’이란 이름을 상표등록하고 샹파뉴 지방에서 만들지 않은 와인은 이 이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다.
그 이후 미국에서는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이태리에서는 스푸만테(Spumante), 스페인에서는 카바스(Cavas), 독일에서는 섹트(Sekt)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소노마에 있는 코벨(Korbel) 와이너리만은 샴페인이란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이유는 상표등록 되기 전부터 그 이름을 사용하여왔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나파 선언’이 있게된 모양인데, 조금 이상한 것은 거기에 왜 나파가 끼었는가 하는 것이다. 나파 밸리의 와인이 좋은 와인으로 명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샴페인이나 셰리, 포트처럼 특정 와인만을 생산하는 것도 아닌데 뭘 보호해달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보르도와 부르고뉴, 리즐링 같은 유럽의 전통 와인산지들이 비웃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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