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이즈-아벨라르 사랑 다룬 책 출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프랑스 파리 동쪽의 페르라셰즈 공동묘지에 들어서면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특이한 무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땅에 끌리는 수도복을 입고, 평온한 표정으로 나란히 누워있는 실물 크기의 남녀 석상을 만날 수 있다.
수도원장 아벨라르(1079∼1142)와 수녀원장 엘로이즈(1098∼1164)의 석상이다.
12세기 이래로 서양인들을 감동시켜온 유명한 사랑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들이다.
아벨라르는 프랑스의 신학자이자 철학자리고, 엘로이즈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참사회원 퓔베르의 지적이고 어여쁜 조카딸. 두 사람은 당시 종교적인 제약과 열아홉 살의 나이 차이를 초월해 열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이들이 나눈 금단의 사랑은 비극을 낳았다. 엘로이즈의 임신과 출산, 친척들의 강요로 치러진 비밀 결혼식, 엘로이즈의 수녀원 입회, 아벨라르의 거세로 이어지는 고난을 겪어야 했다.
두 사람은 채 1년도 되지 않은 짧은 연애와 결혼에 이어 곧바로 닥친 20년 이상의 긴 이별에도 불구하고,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서로를 살리고 지탱해주는 존재로 영원히 함께 했다.
이들의 애절한 사랑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사랑의 편지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 이야기는 시와 소설, 회화, 영화 등 여러 예술작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며 시대를 뛰어넘어 계승되었다.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 자체가 초기 서간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가장 유명한 작품중 하나는 루소가 1761년에 이들의 편지를 바탕으로 쓴 ‘신(新)엘로이즈’를 꼽을 수 있다.
최근 번역돼 나온 ‘중세 최대의 연애사건-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의 금단의 사랑’(에버하르트 호르스트 지음. 모명숙 옮김. 생각의 나무)은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갔던 사랑과 질투, 분노, 연민 등 러브 스토리를 재구성한 책이다.
특히 인간적인 감정과 신적인 사명 사이의 갈등에 주목한다.
결혼과 가정생활보다 이를 거부하는 독신생활에 월등한 가치를 부여한 중세 시대의 결혼관과 종교관도 엿볼 수 있다. 312쪽. 1만2천900원.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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