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데뷔 이후 6년간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장정(25)이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마인드컨트롤 덕이었다.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높은 최종 라운드에서 ‘골프지존’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친 장정은 경기 내내 침착함을 잃지 않고 큰 위기 없이 경기를 마무리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장정의 우승 비결은 바로 소렌스탐을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이었다. 경기 내내 소렌스탐과의 대화는커녕 눈맞춤조차 하지 않고 플레이에만 전념했다.
또 장정은 소렌스탐과의 힘 대결을 피한 뒤 정확한 샷의 구사로 오히려 심리적으로 소렌스탐을 압박했다. 파5홀에서 소렌스탐은 드라이브샷으로 투온을 시도했지만 장정은 거리보다는 페어웨이 안착에만 신경을 썼다.
결국 이날 장정은 페어웨이를 벗어난 것은 단 한번뿐이었고 보기 역시 1개밖에 없었다. 5타나 앞서있어 퍼팅에서도 무리를 하기보다 ‘지키기’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장정은 경기를 마친 뒤 “겸허한 마음으로 코스를 밟았고 끝날 때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골프는 기량 20%, 정신력 80%라는 말이 있다. 코스를 이기려는 선수보다 코스를 그대로 받아들여 순응하는 선수에게 승리를 안겨준다는 골프의 ‘진리’를 장정은 이번 대회를 통해 유감없이 증명해 보인 셈이다.
장정 인터뷰
-소감은.
▲손발이 다 떨린다. 첫 우승이 첫 메이저 우승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일 한국에 들어가기 때문에 더할 수 없이 기쁘다.
-마지막날까지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스스로 경기를 평가한다면.
▲많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경기 초반 악천후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다른 선두들에 비해 좋은 경기를 펼쳤다. 어떤 전략으로 임했나.
▲경기 조건이 나쁜 건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첫날은 그냥 즐기자는 마음으로 편하게 경기에 임했다. 너무 잘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겸허한 마음으로 코스를 밟았고 끝까지 그런 평정을 유지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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