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기적 벙커샷 버디로 US여자오픈 우승
미셸 위, 마지막날 11오버파로 무너져 소렌스탐과 함께 공동 23위
26일 끝난 제60회 US여자오픈(총상금 310만달러). 처음에는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의 메이저대회 3연승이 관건이었다. 그 후로는 15살짜리 ‘골프신동’ 미셸 위가 사흘 내내 선두권을 달리며 스팟라이트를 가로챘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주연’은 따로 있었다. 마지막 날 우승후보 대부분이 와르르 무너진 ‘서프라이즈 엔딩’의 주인공은 올해부터 ‘버디 킴’이라는 이름을 달고 뛰는 김주연(23)이었다.
김주연은 ‘틴에이저 돌풍’이 거세게 몰아친 콜로라도주 체리힐스빌리지의 체리힐스 컨트리클럽(파71·6,749야드)에서 두 아마추어 틴에이저 모건 프레슬(17)과 브라트니 랭(19)을 2타차로 제치고 우승, 투어 데뷔 2년만에 첫 승을 신고하며 한국인 3번째 메이저대회 챔피언이 됐다.
승부는 마지막 18번홀에서 김주연의 기가 막힌 버디로 판가름났다. 벙커에 빠진 위기에서 30야드 벙커샷이 홀컵으로 직접 빨려 들어가며 이름 값을 한 것. 벙커세이브 랭킹 141위인 김주연은 이에 대해 “원래 벙커샷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갤러리의 환성이 터지자 바로 그 다음 조에서 최연소 우승을 노리며 의기양양하게 걸어오던 프레슬이 고개를 떨궜다. 18번홀에서 이날 유일의 버디가 나와 우승 기회가 날아간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김이 빠진 프레슬은 결국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동료 아마추어 브리트니 랭과 공동 준우승을 차지한데 만족해야 했다.
김주연은 LPGA투어에서 2년 동안 34개 대회에 출전, 단 10번 컷오프를 통과한 선수인데 이 한방으로 ‘메이저 퀸’이 되며 상금 56만달러를 받아 ‘인생역전’ 드라마를 썼다.
사흘 내내 선두권을 달려 기대를 모았던 미셸 위는 이날 무려 11오버파 82타로 무너져 순위가 전날 공공 선두에서 공동 23위까지 밀렸다. 내년 대회 자동출전권이 주어지는 15위 이내 입상마저 실패한 미셸 위는 이번 대 회에 출전한 아마추어 가운데 준우승자 프레슬과 랭, 그리고 공동 13위에 오른 페이지 매켄지(미국)에 이어 4번째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사상 초유의 단일 시즌 4개 메이저대회 석권을 노렸던 소렌스탐(스웨덴)도 이날 6타를 더 잃으며 미셸 위와 함께 공동 23위에 머물렀다.
한편 17번홀까지 3타를 줄여 우승도 바라봤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18번홀에서 이른바 ‘양파’인 쿼드러플보기로 한꺼번에 4타를 까먹고 눈물을 흘렸다. 7오버파 291타로 공동 6위에 그친 오초아는 18번홀을 파로만 막았어도 김주연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4라운드를 뛴 선수 63명 가운데 언더파 스코어는 2언더파 69타를 친 로리 케인(캐나다) 단 1명 뿐이었고 평균 타수는 76.1타까지 치솟았다. 김주연은 박세리가 정상에 올랐던 98년 대회 이후 7년만의 오버파 스코어 우승자가 됐다. 박세리는 최종라운드에서 3오버파 74타를 기록, 합계 16오버파 300타로 45위에 그쳤다.
<이규태 기자>
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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