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작가 J.M. 배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의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책은 물론,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져 전세계 어린이들의 친구가 된 ‘피터 팬’이 그의 대표작이다.
영원히 동심의 세계에 머물고 싶은 욕망을 상징하는 ‘피터 팬’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04년. 지난해 영국에서는 피터 팬 100주년 행사들이 여기저기에서 열렸었다.
‘피터 팬’이 나오기 몇 년 전인 1897년께, 아마도 독신이었을 배리 경은 런던의 한 공원에서 특별한 친구들을 만난다. 너덧 살 된 어린 소년들이었는데 이들이 그와 오랜 친분을 맺게 되는 르웰린-데이비스 가족의 형제들이었다. 배리 경은 르웰린- 데이비스 부부의 다섯 아들들과 친하게 지내며 영감을 받아 ‘피터 팬’을 만들어 냈다.
소년들과 배리의 인연은 르웰린 - 데이비스 부부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더욱 깊어진다. 고아가 된 어린 소년들을 위해 배리는 대리 아빠를 자처하고 나섰고 이어 법적 보호자가 되었다. 소문에 의하면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면서 르웰린-데이비스 부인이 법적 보호자로 지정한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배리가 유언장을 위조해서 그 자신이 보호자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1세기 전에는 모르겠지만 요즘 어떤 성인 남성이 친자식도 아닌 남자아이들 5명을 데리고 매일 뒹굴며 같이 지낸다면 남들이 어떻게 볼까. 어린이 성추행이 워낙 민감한 이슈가 되다 보니 이상한 소문이 나돌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 당시에도 그런 시선이 있었는지, 배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부적절한 행동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는 설명이 있다.
이 시대의 ‘피터 팬’마이클 잭슨이 13일 어린이 성추행 혐의에서 풀려났다. 배심원단이 그에게 걸린 10개 조항에 대해 모두 무죄평결을 내렸다. 하지만 그가 보인 이상한 행동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잭슨의 나이는 46살. 40대 중년남성이다. 그런 어른이 어린이 놀이 공원을 만들어 놓고 소년들을 불려들여 같이 놀고 같은 침대에서 뒹굴고 하는 일을 어떻게 봐야 할지 많은 사람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잭슨은 순수하게 동심으로 돌아간 것인데 남들이 이상하게 보는 것인지, 그가 정말 성추행에 속하는 행동을 했는지, 제3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동심의 세계 없이 자라서 그에 대한 그리움이 늘 남아 있다는 것. 5살에 무대에 서기 시작해 10살부터 전속 계약사를 두고 탑 스타로 활동한 그는 보통 아이가 되어 보지를 못했다.
“내 스튜디오 바로 건너편에 공원이 있었는데 거기서 아이들이 공을 차며 노는 소리가 들렸다. 이따금 나도 거기 가서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정말 슬펐다. … 슬럼버 파티는 어떤 것인지 생일 파티는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그걸 해보는 것이다”고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었다.
유년기를 거세당해 불운한 ‘피터 팬’- 그것이 잭슨의 모습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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