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피트 길이에 값 50만달러… 널직하고 호텔같은 실내
사방으로 뻗어나오는 ‘슬라이드 아웃’기술로 면적 늘려
최근 판매량 급증… 차체 너무 길어 파킹 찾기 힘든게 흠
RV 가격이 50만달러를 웃돈다면 그것은 더이상 단순한 레저용 차량(Recreational Vehicle)이 아니라 굴러다니는 부동산이라고 해야 어울린다. 대니 애담스(50)가 최근 구입한 40피트짜리 모터홈 U320이 바로 그렇다. 텍사스주 내코그닥스에 있는 포어트래블이 제작한 이 모터홈에는 스테인리스스틸 냉장고와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윤을 낸 놋쇠 수도꼭지에 호도나무로 짠 찬장, 3개의 서라운드 시스템, 5대의 평면 TV가 갖춰져 있다.
매리 그린웰의 45피트짜리 RV는 맞춤 페인트 칠에 4개의 슬라이드아웃을 갖추고 있다.
“조금 작아서 그렇지 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고 그는 만족해한다.
요즘 RV 샤핑객들이 찾는 것은 RV라기보다는 휴대용 드림 홈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록스타의 트레일러처럼 널직하고, ‘파이브 스타’급 호텔처럼 고급스럽다. 벽이 늘어나 면적이 확장되는가 하면 한때 78인치로 머리를 부딪치던 천장은 7피트 이상으로 높아졌고, 대학 기숙사에나 알맞을 소형 냉장고에 접시 몇개만 들어갔던 부엌에는 버너가 4개나 되는 개스 레인지, 와인 쿨러, 화강암을 씌운 아일런드까지 갖췄고, 화장실마다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옷장이 딸려 있다. 전자제품으로 말하자면 위성접시에 37인치 플라즈마 TV, 안방극장에 고속인터넷 접속까지 빼놓지 않았다.
매리 그린웰의 RV내 욕탕은 거의 호텔급으로 사용된 천과 타일은 그녀가 2달에 걸쳐 고른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벤추라에서 발행되는 업계 잡지 ‘RV 비지니스’ 발행인 셔먼 골든버그는 “과거 RV의 실내 장식은 별로 볼품이 없었지만 요즘 주택처럼 꾸민 고급 RV들은 매우 우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집처럼 꾸며 놓았다고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사는 것은 아니다. RV를 타고 전국을 유랑하는 일단의 은퇴자들처럼 일차 주거용도 아니고, 별장으로 이용되지도 않는 이 새 고급 RV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말을 즐기려는 베이비부머들이다.
애담스만 해도 그렇다. 벌써 세번째 점점 더 호화스러워진 모터홈을 구입해서 그가 하는 일은 아내와 아들을 동반해서 자신의 모교인 텍사스 A&M 대학의 풋볼 경기를 구경다니는 일이다. 애담스 말고도 50, 60만달러짜리 RV를 NASCAR 자동차 경주나 야외 콘서트, 로데오, 사냥여행, 혹은 손님 숙소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이 대형 모터홈은 캠프그라운드를 찾기도 쉽지 않다. 현재 대부분의 RV 파크 시설로는 40피트 이상되는 차량은 주차하기 어렵다. 전기용량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RV들이 이처럼 자동 ‘맥맨션’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할러데이 램블러’라는 RV 회사가 단추 하나 누르면 모터홈에서 날개가 뻗어 나와 없던 공간이 생기는 ‘슬라이드 아웃’ 기술을 처음 내놓은 다음부터다. 슬라이드 아웃 덕분에 차를 세우고 벽을 움직이면 카우치와 침대, 부엌 찬장 사이로 공간이 생기고 가용 면적이 거의 2배로 불어나자 RV 제조사들 사이에는 누가 이 기술을 더 잘 이용해 가장 높고, 가장 넓고, 가장 깊은 차량을 제작할 수 있는지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이제는 주방, 거실, 침실을 한번 넓히는 것으로 모자라, 킹사이즈 침대를 놓고도 그 주변에 걸어다닐 공간까지 생기도록 두번 넓히기도 한다.
‘모나코’가 제작하는 45피트 길이의 이그제큐티브 모터홈은 4개의 슬라이드 아웃을 다 펼쳐 놓으면 340스퀘어피트이던 실내 면적이 거의 430스퀘어피트까지 늘어난다.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의 ‘플릿우드 RV’는 운전석부터 36피트길이의 차 뒷부분까지 한쪽 벽면 전체를 다 연장시킨다.
그렇게 공간이 추가된 덕에 더블 도어 냉장고에 오토만, 대형 소파, 세탁기와 건조기, 커피 테이블, 기타 집에서 누리던 안락함을 RV에서도 꼭같이 맛볼수 있게 된 것인데 디자이너들은 이밖에 추가할 것이 없는지를 계속 찾고 있다. 요즘은 벽난로가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고 인디애나주 와카루사의 고급제조사 ‘트래블 수프림’의 세일즈먼 로드니 렁은 말한다.
이 모든 사치를 누리는데 부담이 따르지 않을 수는 없다. 클래스 A라 불리는 최대형 모터홈들은 과거 1만7,000파운드까지 지탱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나 발전기에 슬라이드 아웃, 대리석 타일, 화강암 카운터탑에 에어컨디셔너까지 넣은 요즘 모터홈들은 5만파운드를 훌쩍 넘는다. 그 많은 것들을 싣고 다니려니 엔진부터 바꿔야 해 요즘 클래스 A 모터홈들은 절반이 디젤로 움직인다.
이처럼 무게가 늘다보니 연료효율은 형편없이 낮다. 갤런에 6마일을 가면 많이 간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개솔린 값이 비쌀 때도 고급 모터 홈들은 그 어느때보다 잘 팔리고 있다. 2003년에 팔린 20만달러가 넘는 모터홈은 1만4,000대로 그 전해에 비해 20%가 증가했다. 1992년에 그런 차는 100대도 안팔렸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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