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는 개스를 많이 먹는 차량은 값이 한결 비싸다. 개스 값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개스 절약에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3위 원유수출국 노르웨이 유가급증으로 떼 돈
자국민엔 개스 택스만 67%, 물가지수 인상폭의 2배
환경보호 우선…1인당 하루소비 1.9갤런, 미국은 3갤런
29년 된 폭스바겐 몰며 “자랑스럽다” 몸에 밴 검약
북해유전 고갈 대비 이미 1,650억 달러 기금 마련
4월 미 전국 개스 평균가격이 갤런 당 2달러26센트를 기록했다. 운전자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수개월간 급등세를 감안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노르웨이로 잠깐 눈을 돌려보자. 혈압이 높은 운전자들은 쓰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갤런 당 6달러66센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처럼 비싼 개스 값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운전자들은 별로 불만이 없어 보인다. “세상사가 그렇지”하는 당연한 표정이라고 USA투데이가 최근 소개했다.
물론 노르웨이 자동차 연합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볼멘소리다. 그리고 보수적 성향인 ‘진보당’은 개스 택스를 인하할 것을 촉구했다. 택스가 개스 가격의 약 6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인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메아리가 없다. 대다수 운전자들에겐 우이독경이다. 일반 운전자들은 비싼 개스 값에 익숙해 있고 기존의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다음으로 원유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지난해만 해도 원유 수출로 38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전년도에 비해 19%가 증가했다. 이런 노르웨이가 개스 절약에 대해 말이 많은 것도 이색적이다. 노르웨이 운전자들의 개스 소비는 미국인들보다 적다. 미국 운전자는 1인당 하루 3갤런을 소비하는데 노르웨이 운전자는 1.9갤런을 소비한다. 자동차 소유비율도 낮다.
도심이나 시골의 거리에는 연비가 좋은 폭스바겐과 푸조가 주종이다. 개스를 많이 먹는 SUV는 드물다. 미국은 개스 가격을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노르웨이 정부는 정반대다. 물론 노르웨이의 다른 물가 세금 때문에 전반적으로 높지만 이 나라 국민들이 전통적으로 검소하다는 점도 반영됐다.
노르웨이 정도의 원유수출국이라면 적어도 개스 값에서만은 당연히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어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지난 1998년이래 소비자 물가지수가 15% 상승했는데 개스 값은 30%가 올랐다. 노르웨이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개스 값을 높게 책정했다. 자본주의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의 엄격한 환경보호법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필요한 파워는 전기를 이용한다. 수자원이 풍부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르웨이의 세금은 무시무시하다. 개스 택스만 있는 게 아니다. 자동차 한 대를 굴리려면 매년 최고 395달러의 세금을 낸다. 또 수도 오슬로에서는 사계절 사용 가능한 전천후 타이어가 도로를 빨리 상하게 한다는 이유로 160달러를 추가 부과한다. 새 차에 대한 별도의 세금이 있다. 수입차의 가격상승 요인이 된다. 노르웨이에는 자체 자동차 제작사가 없다.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 그저 전기차를 실험하고 있을 뿐이다.
노르웨이는 엔진이 큰 SUV차량들에는 부가세를 매긴다. 미국에서 6만 달러 정도 하는 도요타 랜드 크루저가 노르웨이서는 10만달러다. 노르웨이에서 세금이 많고 개스 값이 이처럼 비싼 데도 사회가 굴러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인당 연평균소득이 5만1,700달러로 세계 최고다. 일은 매주 37.5시간만 한다. 휴가는 1년에 5주다. 이 정도면 그깟 세금이나 개스 값에 벌벌 떨 국민이 아니다.
노르웨이에는 운송시설이 기막히다. 다운타운에서 열차를 타면 국제공항에 20분이면 당도한다. 인구 460만명, 뉴멕시코보다 조금 넓은 땅에 도로, 다리, 터널이 잘 설치돼 있다. 개스 택스로 연간 24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한 정부는 이를 사회복지에 사용한다. 자동차가 우유 짜내는 젖소에 비유된다.
그러다 보니 차량보유가 유럽에서 가장 적은 게 노르웨이다. 2003년 1,000명 당 427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과 프랑스는 500대가 넘었다. 노르웨이 운전자들은 오래된 차들도 잘 간수해 타고 다닌다. 근검절약에 몸에 뱄다. 은퇴한 음악교사 요하네스 로드는 29년 된 빨강 폭스바겐을 몰고 다닌다. “내 차를 이토록 오래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이 고갈될 경우에 대비해 기금을 마련했다. 원유생산 회사들로부터 돈을 거둔다. 지금 1,650억 달러가 모여 있다.
100년 전 인접 스웨덴으로부터 독립한 노르웨이는 지금 이 방식을 좋아한다. 자립이다. 그래서 유럽연맹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국가의 부를 쌓으면서도 국민들에겐 유사시에 대비해 절약을 강조하는 나라다. 소비를 조장하는 미국과 너무 대조적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