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20대 후반 여성의 고백이었다. 첫 딸을 낳고 산후 조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힘겹게 지내고 있을 때였다고 했다.
갓난아기가 밤새 어찌나 보채대던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새벽을 맞는다.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정성을 들여 아침식사를 차린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난 후, 전신을 콕콕 쑤셔대는 통증에 시달리며 말이 통하지 않는 갓난애와 단둘이 하루를 힘겹게 보내다가 마침 칭얼거리던 애가 잠이든 틈을 타 엄마도 곁에 누워 깜박 잠이 들게된다.
천금처럼 귀한, 힘든 엄마에게는 꼭 필요한 휴식의 시간이었는데, 딩동하는 아파트 벨소리에 놀라 잠에서 억지로 깨어나 시큰거리는 발목의 통증 때문에 뒤뚱대며 아파트 문을 연다.
직장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남편은 아내의 사정 같은 것에는 전혀 무관심이라는 표정이었고, 아파트 거실 안으로 발을 들이자 명령인지 부탁인지가 불쑥 튀어나온다. “나 배고파, 밥 줘”
젊은 아내는 슬프고, 또 한없이 외로웠노라는 고백이었다. 어쩌면 저다지도 철저하게 자기중심인가. 자기만 편하면 그만이고, 자신의 배고픈 사정만 해결되면 그만이란 말인가.
손끝과 발끝이 시리고 아픈, 온몸에 쑤셔대는 고통 속의 아내는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고, 오직 자신의 욕구만 충족시키면 그만이란 말인가. 같은 생리구조, 육신과 심리로 만들어진 아내란 존재는 어쩌면 이다지도 남편이라는 사람의 이해의 대상에서 멀어져 있단 말인가. 솟구쳐 나오는 눈물을 애써 감추고 아내는 힘겹게 저녁밥을 지어 귀가한 남편에게 바친다. 불편한 몸이라 식욕도 없었지만, 저런 무신경한 남자와 마주 앉기 싫어서, 애 핑계 대고 이내 침실로 들어가 자리에 눕는다.
그날 밤, 젊은 아내는 서러워 내내 울면서 밤을 지새웠노라고, 벌써 꽤나 오래된, 내가 상담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젊은 아내이고 엄마였던 피상담자에게 나는 그런 상황에서 남편이 취했어야 할 바람직한 행동들을 함께 의논했었던 기억이 있다.
아내의 표현되지 않은 욕구나 필요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려 깊은 남편이라면 첫째, 직장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어야 했다. 아내와 아기가 잘 있는지, 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어 보았으면 좋았을 것이었다.
“여보, 힘들지? 오늘 저녁은 당신 좋아하는 갈비 해장국 사 가지고 갈테니까 몸도 불편하고, 밤새 애한테 시달렸으니 저녁 식사 준비는 그만 둬요”
둘째, 직장 일이 너무 바빠서 생각 없이 귀가를 한 경우. 아파트 안에 들어서자 힘겨워 하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어이쿠, 미안해서 어쩐다. 당신 힘든데 어서 방에 들어가 쉬고 있어요. 오늘은 내가 소시적 군대에서 익혔던 식사당번 실력 한번 멋지게 발휘할게“
셋째,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는 배달음식을 이용한다.
남편의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이 부부 갈등의 근본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은 태어나서 성년이 될 때까지 줄곧 먹이고, 입히고 뒷바라지 해주던 어머니로 인해 길들어진 의존성이 문제다. 생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아내에게 의존하여 해결하려고 하는 한, 아내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고, 사랑 받는 이른바 넉넉하고 미더운 남편이 되기는 어렵다.
가정의 달인 5월, 남성들은 생각을 바꾸어 보자. 내가 아내라면 지금의 남편인 나를 진심으로 한 인간으로서 환영할까. 자신의 변화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이 세상에 있을까. 그러나 “어떤 위대한 혁명도 최초에는 단 한 사람의 생각이었다” 라는 격언이 있다.
합리적인 사고, 융통성 있는 행동, 자상한 성격의 남편은 아내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고 또 사랑 받는 훌륭한 남성이다. 그리고 행복한 가정, 건전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멋있는 남자이고 위대한 시민이다.
윤병열
멋사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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