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봉제업계에 새로운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올해 1월1일을 기해 미국정부의 섬유수입 쿼터제가 폐지되면서 중국산 섬유 제품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들어 최저 임금까지 상승, 노동집약 산업으로 대표되는 업계의 수익성 기반을 흔들면서 가격 위주로 형성됐던 기존의 업체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경쟁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인 봉제업체들도 변화해가는 비즈니스 환경에 걸맞는 새로운 경영 전략을 속속 도입하는 등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봉제업계의 판도 가속화=섬유, 의류, 봉제품 등의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섬유수입 쿼터가 폐지된 올해부터 중국산 의류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6% 정도에서 50%로, 섬유 점유율은 11%에서 18%로 급증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또한 쿼터제 폐지로 섬유 제품들의 평균 단가가
10~15% 낮아지면서 벌써부터 치열한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갈수록 가속화되면서 뉴욕일원의 봉제업계 판도도 새롭게 짜여지고 있다. 내수 생산보다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국가에서 생산, 수입된 저가 위주의 제품들이 시장을 점차 장악해 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최저임금 인상 또한 업계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인업주들은 시간당 7달러의 임금이면 예전에는 4~5년 정도의 경력이 있는 매니저급들이 받는 수준이어서 섬유쿼터제 폐지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비즈니스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푸념하고 있다.
뉴욕한인봉제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95년부터 섬유쿼터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돼오다 완전 폐지된 올해부터는 특히 중국산 봉제품들이 시장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
고 말했다.
■한인업체, 구조조정 급물살=한인 봉제업체들도 이러한 새로운 조류를 적극 수용, 수년 전부터 빠른 구조조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구조조정 노력은 품질 경쟁력 강화와 다품종 소량생산,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이다. 이와 함께 거래선 다변화, 고급 기술인력 확보 등도 구조조정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인 봉제업계는 이같은 구조조정 덕분에 수년 만에 웃는 한해를 보내기도 했다.그동안 꾸준히 자동화 시스템 도입과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 전환 작업을 벌여왔던 일부 한인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며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곽우천 뉴욕봉제협회장은 대형 원청업체들이 싼 단가에 대량 생산을 추구하는 경향에서 단기간에 고품질의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추세로 돌아서면서 한인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누렸다며 특히 그동안 수익구조를 전환한 업체들의 경우 매출 증가가 돋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이같은 수익구조조정 작업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맨하탄과 퀸즈, 뉴저지 일원에 가동 중인 한인 봉제업체들은 대략 200개 업체.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구조를 개선했거나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나머지 50%는 빠른 시일내에 체질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광석 전 봉제협회장은 “이제는 경쟁력이 있는 강한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면서 “아직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업체들은 하루 빨리 인건비 절감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라든지 저가 공세에 맞선 상품 고급화 정책 등 다각적인 차별화 경영 기법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노열·권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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