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프로페셔널 펠로십 연수 프로그램은 뉴욕시의 소수계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의 편집 및 신문 제작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뉴욕타임스 재단이 주최하는 이 연수 프로그램은 다인종이 모여사는 뉴욕시의 다민족 신문사들간의 교류와 각 커뮤니티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매년 실시되고 있다.3월말과 4월 초순 격주로 열린 올해 연수에는 한인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뉴욕한국일보의 김진혜 부장대우를 비롯, 히스패닉계 엘 디아리오, 중국계 싱타오 데일리와 월드저널, 아랍계 아라미카, 에콰도르 뉴스, 아프리카 선 타임스, 카리비언 데이라이트, 파키스탄 포스트 등 모두 12개 소수계 언론사 기자들이 참가했다. <편집자주>
뉴욕타임스는 1851년 헨리 자비스 레이몬드와 조지 존스에 의해 처음 4페이지 신문으로 창간되어 현재 발행인 아서 슐즈버거 주니어에 이르렀다. 지금은 출판에서부터 전국판인 내셔널, 뉴욕 메트로, 스포츠, 아트, 비즈니스, 특집, 일요일판에 나오는 시티와 다이닝 아웃, 하우스 앤 홈 등
여러 섹션을 제작, 발행하고 있다.
1997년 컬러화를 선언, 다양한 컬러 섹션 발행을 통해 지면 쇄신을 꾀하고 끊임없는 투자와 인력확보로 주중 일일 110만부, 일요일 160만부의 발행부수를 자랑한다.이 같은 지면 쇄신은 10년전 독자층을 조사, 보다 많은 읽을거리를 필요로 하는 뉴욕타임스 독자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독자수를 늘리기 위한 신문제작 방향을 잡아갔다는 한 편집국 간부의 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첫날 연수기자들을 만난 메트로면 데이빗 파이어스톤 부국장은 “뉴욕 시민들에게는 백악관 뉴스가 더 이상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뉴욕시의 극심한 교통체증 등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사들이 읽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뉴욕에서 일어나는 로컬 기사에 주력, 오래전 1면 내셔널판에 미국 정가 소식이나 국제 뉴스가 톱을 장식하던 관례를 깨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일어나는 주요 사건이나 이슈를 게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독자의 요구에 부응한 기사발굴과 신문 제작방향을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가장 많이 나가는 일요일판 신문에 시티 섹션을 추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뉴욕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메트로섹션과 차별화를 둔 이 섹션은 얼마 전 낮에는 생선가게
주인에서 밤에는 사진작가로 변하는 한 한인 사진작가의 스토리를 크게 다룬바 있다.
뉴욕타임스의 편집국(News Room)은 외신과 미 전체 뉴스를 다루는 내셔널, 뉴욕 메트로폴리판 지역을 관할하는 메트로, 경제, 레저, 스포츠, 사진, 문화, 편집 등 10여개 주요 부서가 있다.데스크와 기자 포함 1,2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메트로에만 85명의 기자가 발로 뛰고 있고 사진부서에는 35명의 풀타임 기자가 포진해 있다. 아트 섹션을 제작하는 문화부에는 연극, 필름, TV, 건축, 미술 등을 각각 담당하는 40~50명의 기자가 근무하고 있다.
메트로섹션 경우에만 정치, 경제, 환경, 의료, 교육, 이민 등 각 부서별로 기자와 취재 지시를 내리는 데스크(Assign Editor), 주야간 데스크, 제목을 뽑는 편집 데스크(Copy Editor), 메트로 부서를 총괄하는 국장과 부국장이 있다. 다른 부서 역시 국장 및 부국장 아래 담당 기자와 취재 데스크, 주야간 데스크, 편집 데스크를 두고 있다.
메트로 파트는 오전 8~8시30분 데스크가 출근해 해당 부서의 취재 기자에게 전화, 그날의 사건 및 취재기사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데스크들은 점점 넘쳐나는 기사들을 소화하기 위해 광고국과 아침부터 지면싸움을 벌인다. 오후 3시께 지면 배정이 결정되면 오후 5시 정도에 탑기사가 정해진다. 1차 마감시간은 밤 11시, 최종 마감은 새벽 2시.
각 보로별로 2명씩 기자가 배치되어 뉴욕시 5개 보로에서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취재한다.
수잔 애걸리 메트로 국장은 “소수계 커뮤니티의 취재원 확보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소수계 기자 채용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9.11 테러 이후 이슬람 커뮤니티 담당 기자를 두었다”고 소수계 커뮤니티 취재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기자가 송고한 기사는 지면에 실리기까지 여러 명의 데스크를 통한 철저한 확인 작업과 검토 과정을 거치지만 그래도 종종 실수가 발생하게 된다고.
빌 켈러 편집국장(Executive Editor)은 “뉴욕타임스도 실수가 많아 매번 정정보도를 한다”는 솔직한 대답을 해주었다. 켈러 국장은 1989년 뉴욕타임스 모스크바 특파원 시절 보도 부문 최고상이라 할 수 있는 풀리처상을 수상했다. 1984년 워싱턴 특파원을 시작으로 21년간 뉴욕타임스에 몸담은 인물이다. 그가 꼽는 기자의 3가지 조건은 ‘기사 작성 및 취재 능력’, 작은 기사거리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호기심’이다. 그러나 기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기사의 정확성‘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기자가 기사 하나를 작성하는데 하루도 걸리지만 1년 이상의 준비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메트로 데스크인 앤 크로닌씨는 기자들이 좋은 기사를 발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데스크의 역할이라며 편중되지 않는 공성정에 근거한 정확한 보도는 기자의 몫이라고 했다. 11층 고위 간부급 식당으로 향하는 긴 복도를 지나다 보면 벽에 특종보도로 뉴욕타임스를 빛낸 기자의 명단에 오른 기자들의 얼굴 사진이 걸려 있다. 마치 뉴욕 타임스의 명예의 전당을 보는 것 같다. 오후 4시 1면 편집회의가 시작되면 각 부서 국장급간의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연수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인 오후 1면 편집회의 참관은 뉴욕타임스의 1면 기사가 어떻게 정해지는 지를 잘 보여주었다. 켈러 편집국장이 주재하는 이 회의에는 각부서 국장급 20여명과 참관자 18명 등 40여명이 참석, 다음날 1면 탑기사를 결정한다. 참석자들은 각자 부서에서 올라온 주요 기사를 1면 탑에 게재하도록 주장하며 그야말로 격론을 벌인다. 편집 회
의 동안 탑이 결정나지 않을 경우 최종 결정권을 쥔 사람은 켈러 국장이다. 뉴욕 타임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부서를 꼽는다면 사설(editorial page)을 담당한 오피니언 부서라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논조를 결정하는 이 부서에는 14명의 칼럼니스트들이 있다. 광고 사업국과 편집국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는 독립체제가 이 부서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다. 이 부서는 발행인조차 사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만큼 그 어느 부서도 관여하지 못하는 성역인 곳이다.
오피니언 부서에도 칼럼니스트들이 정치,경제,중동문제 등 각 이슈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사설을 쓰기 위해 세계 각국의 현장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선거때는 각 당의 후보들을 인터뷰해 뉴욕타임스의 입장을 전달하는 사설을 쓰는 중책을 맡고 있다.
편집국과는 다르게 데스크가 따로 없다. 신문에 나가기전 서로의 칼럼을 봐줌으로써 모두가 칼럼니스트이자 데스크인 셈이다. 뉴욕타임스 계열 지역 신문 편집국장과의 회의에서 외부 인사들의 선물공세나 향응제공에 대한 기자들의 처신 문제가 언급됐다.15달러를 넘지 않는 선에서 선물은 받을 수 있지만 받더라도 경매에 넘긴다. 신문사를 방문하는 외부 인사들에게 사전에 그 어떤 것도 가져오지 못하도록 부탁한다. 먹을 것을 가져오면 쉘터에 전달하는 식으로 기자들은 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규모가 작은 지역 신문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 사항이다.
<김진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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