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펜실베니아, 플로리다주의 ‘주가’가 막판에 급등한다. 대통령 당락을 결정짓는 최대 격전지니 그럴 만도 하다. 대통령 선거인단은 오하이오 20명, 펜실베니아 21명, 플로리다 27명이다. 캘리포니아 선거인단 55명에 비하면 모두 절반을 밑도는 데도 찬바람만 부는 캘리포니아와는 딴판으로 대선 열기가 후끈하다.
부시는 바쁜 와중에도 이들 3개 주에 각각 14번씩 찾아가 한 표를 호소했다. 또 이 지역에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라이스 안보담당보좌관을 급파해 표심잡기에 갖은 정성을 기울였다. 케리는 오하이오에 24번, 펜실베니아에 20번, 플로리다에 24번이나 들러 자신이 차기 지도자에 적임이라고 외쳤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두 후보가 캘리포니아에 얼굴을 들이밀긴 했지만 정식 유세라기보다는 그저 기금모금 파티가 고작이었고 그나마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1주 동안 두 후보는 접전 3개 주에 돈도 많이 퍼부었다. 부시는 오하이오에서 선거광고비로 192만8,334달러(2,115건), 펜실베니아에서 194만7,756달러(1,700건), 플로리다에서 283만5,328달러(2,687건)를 썼다. 케리는 오하이오에서 232만4,105달러(2,236건), 펜실베니아에서 243만4,284달러(2,100건), 플로리다에서 353만2,922달러(3,491건)를 광고비로 소비했다.
이 기간에 두 후보가 3개 주에 투자한 광고비만 모두 1,500만2,729달러다. 지역 경제에도 고무적인 일이다. 반면 캘리포니아에서 푼 광고비는 0달러다. 당연히 광고건수도 제로다. “대선이 대목”이라는 3개 주 지역 방송국들을 질투할 것까지는 없지만 대선 특수를 체감하지 못하는 캘리포니아로선 부러운 게 사실이다.
단 1표가 많아도 승자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현행 선거제도 때문에 캘리포니아는 후보들에게서 왕따 당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는 ‘거저먹는 주’로 공화당 후보는 ‘안 먹히는 주’로 도외시한다. 이 먼 곳까지 달려와 애타게 지지를 당부하고 광고비를 물 쓰듯 할 리 없다.
인구로 보나, 경제력으로 보나, 선거인단 수로 보나 미국 최대의 주인 캘리포니아지만 대선 후보들의 안중에 들지 않으니 속 빈 ‘깡통 주’나 마찬가지다. 만일 승자가 선거인단을 깡그리 가져가지 않고, 득표에 따라 선거인단을 나누거나 아예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직접 승자를 가린다면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샌프란시스코-LA-샌디에고를 발로 누빌 것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짜낸 이 선거제도가 포퓰리즘과 우중정치의 폐해를 막고, 전국에 걸쳐 광범위한 지지를 얻은 대통령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민으로서는 민주주의의 대축제에서 멀리 비켜서 있는 억울한 느낌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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