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오하이오에서 결정된다.”
선거를 닷새 남겨 놓은 요즘 점점 많은 정치 평론가들이 하는 이야기다. 1%라도 표가 많은 승자가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미국 시스템에서는 한 주에서 엄청나게 이겨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이미 승자가 결정된 가주와 뉴욕, 텍사스에서 대통령 후보 얼굴을 볼 수 없는 반면 박빙의 차이로 지지도가 오락가락 하는 소위 ‘접전 주’는 주소를 옮겼나 싶을 정도로 후보들이 자주 들락거리고 있다.
10여 개의 접전 주, 그 중에서도 가장 선거인단 수가 많은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3개 주중 2개 주를 석권하는 사람에게 백악관이 돌아갈 것으로 보이는데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플로리다는 부시 쪽으로, 펜실베니아는 케리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렇다면 대선의 승패는 오하이오에서 결판난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은 별 볼 일 없지만 오하이오는 한 때 대단한 주였다. 43명의 대통령 중 8명이 오하이오 주 출신이다. 주의 인구 분포가 미국 전체와 비슷하기 때문에 미 유권자의 표본 집단 역할을 하는 곳도 여기다. 1964년이래 오하이오에서 이긴 사람은 항상 백악관을 차지했다. 공화당에게 특히 오하이오는 중요하다. 미국 역사상 여기서 지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 결과는 오하이오가 아니라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플로리다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각 주 정부는 표를 잘못 찍을 염려가 없는 전자 투표기 설치, 명단에서 탈락된 유권자도 일단 투표를 할 수 있는 잠정 투표 프로그램 등 여러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처음 시행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프린터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본인이 누구를 찍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가 하면 선거 관리원이 달라진 투표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허둥대는 등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거기다 지난 대선에서 총 표수에서 이기고 선거 후 법적 대응을 잘못해 졌다고 믿고 있는 민주당은 2000년 패배를 교훈 삼아 1만 명의 변호사를 접전 주에 파견해 꼬투리 잡을 건수를 찾고 있다. 공화당도 3만개 투표소에 감시원을 보내 손톱만큼의 선거 부정이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있다.
1억 명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를 하는 선거에서 눈에 불을 켜고 보면 트집거리는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플로리다 한 곳이 아니라 10여 개 접전 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송 사태가 벌어진다면 다음 대통령을 가리는 작업이 불투명하게 될 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선거에 대한 신뢰가 상처를 입고 나라가 분열되는 등 두고두고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다.
부시와 케리 중 누가 되든 압도적 표 차로 이겨 선거 후 지루한 법정 공방을 지켜봐야 하는 일이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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