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왼쪽) 길모어씨 부부와 딸 리사양의 다정했던 한때.
장애 극복 결혼했는데… 이렇게 일찍 떠날줄이야
20일 빗길 횡단보도서 휠체어로 건너다 참변
“기대수명 40세까진 함께 살줄 알았는데...”
교통사고 사망 망연자실
근육 무력증을 앓는 미국인 남편과 결혼, 장애와 인종의 벽을 뛰어 넘는 순애보로 감동을 던졌던 한인 여성이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으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불치라는 근육 무력증을 앓고 있기는 했지만 마흔살까지는 함께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이렇게 일찍 갈 줄은 몰랐어요.”
한인 유학생 김현미(칼스테이트풀러튼·컴퓨터공학 석사과정)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칼스테이트 풀러튼에 편입한 지 4개월밖에 안됐어요. 등교길을 고려해 이 곳으로 이사왔어요. 길 건널 때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김씨의 미국인 남편 마이클 길모어(25·칼스테이트풀러튼 생화학과 학부과정)씨는 지난 20일 오전 9시50분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같은 대학 여학생이 운전하던 차에 치여 숨졌다. 남가주에 때 이른 폭우가 내리던 아침이었다.
길모어씨의 사고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길모어씨가 선천성 근육무기력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에도 길모어씨는 평소 때와 마찬가지로 전동식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길모어씨는 걸을 수는 있지만 휠체어가 없으면 밖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상태.
이들 부부는 7년 전 미주리에서 처음 만났다. “유학 오자마자 이 사람을 만났으니 미국생활은 줄곧 남편과 함께 한 셈이네요. 근육무력증을 앓고 있었지만 이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이들은 2년 뒤 결혼했고 딸 리사(5)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국제 결혼의 어려움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래도 서로의 영혼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는 됐어요. 근육무기력증 환자의 기대수명이 40인데 그 때쯤 되면 완전히 이해하는 부부가 돼 있을 텐데요.”
김씨는 사고 바로 다음날 남편 생각에 또 한번 눈물 흘렸다. “얼마 전부터 남편이 생명보험 얘기를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이 사람이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받으려고 하는구나’하고 생각했어요. 근데 사고 다음날 보험회사로부터 보험에 가입하라는 신청서가 날아왔어요. 남편 명의였지요. 그 순간 ‘이 남자가 나를 정말 많이 생각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채널7 ABC-TV도 22일 이브닝 뉴스 시간에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 가정에 갑자기 닥친 불행을 안타까워 했지만 김씨는 지금 넋을 놓고 딸 리사의 뒷 모습만 바라보고 있다. 길모어씨의 장례식은 23일 오전 11시 집 근처 예수그리스도말일성도 교회에서 열린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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