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Long Time, No See’의 저자 베스 핑키는 소아 당뇨병으로 점차 시력이 떨어지더니 26세에 맹인이 됐다. 칠흑 속을 살아야 하는 그녀는 일자리를 잃고 아들마저 장애인으로 낳아 절망의 늪에 빠졌었다. 하지만 눈 노릇을 해 주는 개에 의지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다. 핑키는 역경 을 밝게 극복해 지금은 공영 라디오 방송의 해설자로 일하고 있다.
핑키는 수많은 장애인들의 본보기가 됐다. 이런 핑키에게도 롤 모델이 있다. 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바로 그녀의 롤 모델이다. “그가 구술해 만든 책 테입을 들으면 구구절절이 용기의 샘이었습니다. 장애인도 정상인처럼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끝내 타계한 수퍼맨이 생전에 자신의 롤 모델이었다고 했다. 핑키는 수퍼맨의 투병 의지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삶의 의미를 새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스웨덴의 한 부부는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뻗자 이름을 ‘스탈만’이라고 짓고 해당 관청에 신고하려다가 좌절했다. 담당자가 평생 놀림거리가 될 것이라며 거절하는 통에 소송을 했으나 법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분개한 부부의 호소로 의회가 관련법 개정 움직임까지 보일 정도로 시끄럽다. ‘스탈만’은 수퍼맨이란 뜻이다.
한국에서도 수퍼맨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활개치는 악당을 섬멸하는 수퍼맨을 따라하다 신체를 훼손하는 경우도 심심지 않았다. 한 초등학생은 목에 보자기를 감은 채 높이 1미터가 넘는 서랍장 위에 올라가 수퍼맨을 흉내내다 온돌방에 얼굴을 곤두박질쳐 앞니 두 개가 부러지는 웃지 못할 토막소식도 있었다.
수퍼맨은 1995년 버지니아 승마시합 도중 낙마해 목뼈 부위의 척수를 다치면서 머리를 제외한 전신마비가 됐다. 그러나 불굴의 투병으로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까지 칭송을 받았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지더니 한창 일할 52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구름 같은 팬들의 곁을 떠났다.
수퍼맨은 역시 수퍼맨이었다. 그는 사고 당한 지 10개월 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책을 쓰고, 강연도 하면서 전국을 돌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다시 멀쩡하게 걸어다니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나는 매우 운 좋은 사람이다. 의회에서 증언할 수 있고 기금도 모을 수 있으며 국민들의 의식을 환기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4만달러짜리 휠체어에 꼼짝없이 온몸을 의지하면서도 익살스런 표정으로 “이 휠체어는 하늘도 날 수 있다”는 농담도 했다.
인간 크리스토퍼 리브는 죽었지만 수퍼맨 리브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힘들어 주저앉으려는 사람들을 떠받쳐 올리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수퍼맨을 살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인간배아 복제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아전인수격 정치 설전을 벌이고 있는 부시와 케리 두 대통령 후보의 인상쓴 모습이 생전 수퍼맨의 선한 미소와 교차된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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