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동차가 미국 사회에서 부쩍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4일에도 현대가 소비자들에게 가장 호평 받는 자동차 브랜드 중의 하나로 선정이 되었다. 스트래티직 비전이라는 자동차 컨설팅 회사의 조사 결과이다.
스트래티직 비전은 새 차를 구입한 7만4,000명의 자동차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새 차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다. 지불한 가격, 구입 시 재정적 부담감, 자동차에 대한 신뢰도, 그리고 장차 되팔 때의 판매 가치를 고려할 때 새 차에 어느 정도 만족하느냐는 조사였다. 결과는 1위가 렉서스, 2위가 현대, 3위가 머세데스 벤츠였다.
90년대 말 현대는 엔진과 전기 시스템의 잦은 고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던 현대가 지난 몇 년 사이 모델 디자인을 바꾸고, 품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며, ‘10년/10만 마일 보증’이라는 공격적 애프터서비스 정책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고 현대 모터 아메리카 측은 분석했다.
현대 자동차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뉴스는 한인들에게 언제나 기분 좋은 소식이다. 현대라는 한 기업의 자동차라기 보다는 ‘한국의 차, 우리의 차’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한인사회를 보면 현대를 둘러싼 감정의 괴리가 있다. 현대가 선전해 한국의 이미지가 높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따로, 실제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행동 따로 이다. 한인들의 고급 차 선호 취향이 제일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남가주 글렌데일에 사는 회사원 L씨의 경험.
“지난 금요일 퇴근해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군요. 차를 주차한 후 느낌이 안좋아서 다시 시동을 걸어보니 시동이 안 걸려요”
월요일에 출근을 하려면 주말에 자동차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토요일 아침 현대의 도로변 서비스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후 그의 토요일 오후는 온다는 견인차를 기다리다, 다시 전화하고, 기다리다 다시 전화하기를 세 번 반복한 끝에 “월요일 아침에 다시 전화하면 처리해주겠다”는 약속을 받는 일로 허비되었다. 분통이 터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더욱 그를 열 받게 만든 것은 한인타운의 현대 딜러 직원의 반응. 전화로 자동차 고장 보고를 하니 서비스 부서 한인직원의 말은 “한달 후에 오세요”였다. “지금 당장 차가 움직이지 않는데 어떻게 기다리느냐”고 묻자 “차를 끌어다 놓는 것은 손님의 자유이지만 일이 밀려서 수리는 한달 후에나 된다”는 대답이었다.
월요일 아침, 약속된 시간에도 견인차는 오지 않았고 그는 기다리다 못해 AAA에 전화해 인근 딜러로 차를 옮겨 수리를 받았다.
이번 소비자 만족도 조사대상은 새 차 주인들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구매 후 1년, 혹은 2년 후 조사에서도 그런 좋은 결과가 나올까? ‘10년/10만 마일’을 탄 후 고객의 만족도는 어떠할 까? 현대의 숙제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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