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도용은 신용사회의 암적 존재이며 한인사회의 단골 범죄다. 저지르기 쉽고 한탕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점이 범죄를 부른다. 불특정 다수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뾰족한 방범 대책이 없는 점도 신분도용을 부추기는 요소다.
지난 4월 검거된 7인조 한인 신분도용 사기단이 남의 우편함에서 신상정보를 빼내 LA 등지의 딜러에서 차 5대를 리스한 죄로 최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얼마 전 러시아인들과 공모해 100만개가 넘는 크레딧 카드번호를 도용해 200여만달러를 훔친 사건에도 한인 3명이 포함됐었다. 한인 여성이 평소 알고 지내는 남성으로부터 그가 갖고 있는 다른 여성의 신상정보를 건네 받아 자동차를 구입했다 적발된 것도 오래지 않다.
이번엔 몇몇 한인 자동차 딜러에서 크레딧이 없는 고객에게 차를 팔기 위해 기존 고객 명의로 보증을 서는 변칙거래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특정 딜러에서 차를 구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한인들이 피해를 입을까 염려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신분도용이 횡행해도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는 속수무책이다. 지난 한해동안 미국인 1,000만명이 피해를 보았으며 그 규모가 5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연방정부가 처벌을 강화했지만 암약하는 범인들을 발본색원하기엔 역부족이다.
사기범들은 연방 국세청을 발송자로 조작해 세금 관련 공문서를 보낸 뒤 수신자의 소셜 및 여권번호를 캐내거나, 복권에 당첨됐다는 e메일을 보내 판단력을 흐리게 한 뒤 은행계좌 등을 요구한다. 또 죽거나 실종된 시민권자의 신분을 도용해 이민자의 체류신분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유혹하기도 한다. 친구 이름으로 크레딧 카드를 몰래 만들어 수년간 수만 달러를 써버린 ‘나쁜 친구’도 있다.
신분도용은 재정적 정신적 피해를 준다. 그러나 가장 큰 폐해는 불신 조장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밑거름으로 삼아 성장하는 신용사회에는 치명타다. 개방사회가 감수해야 할 부작용으로 치부하기엔 파장이 너무 크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풍조가 확산되면 신용사회의 균열은 심화되게 마련이다.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고 중벌로 다스린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한계가 있다. 개개인의 주의가 우선이다. 신상정보의 노출을 가능한 줄이고 사기단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긴장해야 한다. 또한 상호 정보교류를 통해 미심쩍은 사안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 신분도용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자행되는 ‘경제 테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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