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7년 중가주 팍필드에 리히터 지진계로 7.8~8.0을 기록한 강진이 왔다. 흔들림은 진앙에서 수백마일 떨어진 지점까지 느껴졌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진도 5.5~6.0의 지진이 1993년께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857년부터 1966년까지 발생한 유사한 규모의 지진 발생 간격을 계산해 약 22년이란 추정치를 뽑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 예상은 다행히 빗나갔다.
그후 10년을 지체하다가 찾아온 ‘불청객’이 지난 9월28일 진도 6.0을 안고 팍필드 지축을 뒤틀었다. 1993년에 일어날 것으로 추정했던 바로 그 지진이라는 게 학자들의 주장이다. 어찌됐든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른다는 점은 분명 지진이 주는 공포다.
칼텍의 한 학자는 며칠 전 발생한 팍필드 지진이 ‘보다 강력한 놈’이 같은 지역에서 향후 5일 내 발생할 것을 알리는 전령일 뿐이라는 섬뜩한 얘기를 했다. 물론 그 가능성이 5%임을 전제로 했고 팍필드에 사람이 별로 살지 않지만, 진도에 따라 그 피해는 보다 광범한 지역에 퍼질 수 있다. 적어도 향후 22년간 조용했으면 하지만 모를 일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보다 더 큰 불안을 주는 게 ‘불확실성의 자연’이다.
지질학자들은 워싱턴주의 8.364피트 높이 활화산 ‘세인트 헬렌스’에서 며칠 새 감지되고 있는 움직임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팍필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왠지 묘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헬렌스는 1980년 화산 폭발로 57명을 죽게 했고 230스퀘어마일의 삼림을 훼손했다. 그 후 용암이 꾸준히 축적됐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팍필드 지진과 함께 진도 2.0~2.5의 지진이 1분에 4차례나 꿈틀댄다. 진행형인 ‘지하여장군의 의중’을 가늠하지 못하고 그저 등산 규제로 대비할 뿐이다.
UCLA 과학자들이 지난 9월5일 노동절에 LA 동부 1만2,000스퀘어피트 지역에서 진도 6.4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50%라고 전망했으나 일단 D-데이가 무사히 지나갔다. 하지만 제멋 대로인 자연은 섣부른 방심을 언제든 비웃을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움직임은 독설보다는 외경심을 자아낸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두 후보가 서로를 잡아먹을 기세로 흑색선전과 저급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미국인은 물론 한인들도 패가 갈려 마치 자신의 조상 섬기듯 맹목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한인타운에서는 의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을 놓고 찬반 갈등이 부글거린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의 단면이지만 작금의 풍경은 도를 넘었다. 제 생각만 옳다는 사람들의 궁리만 충천하고 자연의 이치인 조화는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다.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하는 여유가 아쉽다. 주민이 37명밖에 안 되는 팍필드에서의 지진이 우리를 다치지 않으면서 그 오만을 깨우치려는 ‘자연의 속내’였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그래서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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