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6년 8월 빚에 쪼들린 매사추세츠의 농부들은 부채 탕감과 세금 감면을 요구하며 무장 폭동을 일으켰다. 1775년부터 1783년까지 8년에 걸친 긴 독립 전쟁을 간신히 끝내고 가까스로 찾아온 평화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던 미국인, 특히 지주계급에게 ‘셰이의 폭동’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큰 충격을 줬다.
다음 해인 1787년 13개 주가 부랴부랴 연방 헌법을 제정한 것도 이 폭동의 영향이 컸다. 헌법 제정의 여러 목적 중에는 강력한 중앙 정부를 세워 앞으로 이런 폭동이 재발할 때는 13개 주가 힘을 합쳐 무찌르자는 것도 포함돼 있다.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의 봉기는 당시 상류층의 가장 큰 걱정거리의 하나였다. 무장 폭동도 폭동이지만 이들에게 똑같이 한 표를 줄 경우 대중 선동가가 나타나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똑같이 나눠 갖자”고 외쳐 집권할 경우 벌어질 사태가 더 큰 문제였다. 이를 막기 위해 고안해 낸 제도의 하나가 대통령 선거인단 제다. 투표권을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을 가진 자로 제한하고 직선이 아니라 사회 유지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으로 하여금 대통령을 선출하게 하면 대중 선동주의의 위험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 헌법 제정자들의 생각이었다.
그 결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대통령 선거 제도를 갖게 됐다. 전체 유효 표를 많이 얻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전체 선거인단 중 과반수를 얻어야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은 지난 번 선거에서 경험했다.
이 선거인단을 뽑는 방식은 주마다 다르지만 메인과 네브라스카 주만 선거인 단 중 2명은 승자가, 나머지는 표수에 따라 나누는 방식을 택하고 있을 뿐 48개 주는 한 표라도 많은 사람이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 바람에 50주 중 30개 주는 대선이 있는 해지만 후보 얼굴 보기도 힘들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가주와 뉴욕, 일리노이는 여론 조사 결과 이미 승패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후보들이 표를 구하러 올 생각을 아예 않는다.
게다가 올해는 9명의 선거인 단을 갖고 있는 콜로라도가 현 승자 독식주의 방식을 득표 비례 방식으로 바꾸는 주민 발의안을 11월 2일 대통령 선거 날 상정해 놓고 통과될 경우 올 대선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해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0년 대선처럼 3~4표 차이로 결과가 갈릴 경우 콜로라도의 9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백악관 주인 얼굴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선도 플로리다와 펜실베니아 등 10여 개 접전 지역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여론 조사에서는 부시가 3~5% 정도 앞서 있지만 월 스트릿 저널이 쓰는 족비 여론 조사에 따르면 16개 접전 주중 11개 주에서 케리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달 남짓한 대선 레이스는 이제부터가 진짜 구경거리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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