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한국 사람한테는 사람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한 50대의 관광가이드가 한 말이다. 모처럼 한국을 방문한 내가 그냥 흘려듣기에는 함축성이 있어 씹어보니 뼈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이 부모와 자식간에도 돈으로 계산되는 함의가 충격적이다.
나는 “70년대 후반 미국에 이민 와서 지금껏 그 시대의 한국 냄새를 가슴에 닫아두고 이따금 향수에 젖곤 한다. 그 때만 해도 사람의 냄새가 비록 덕에서 풍기는 격이 높은 향기에는 미치지 못해도 더러는 선비정신의 탐미적인 인격의 향내가 바람 따라 은은하게 풍겨오기도 했다.
세간에서도 대중의 몸 냄새가 소박하나마 넉넉한 인정으로 이웃간이나 길거리와 시장바닥을 적시고 있어 사람을 믿고 살만했던 것이다. 지금은 산업화에 따른 필연적인 추세이지만 유교문화의 거점인 농촌의 문중마을이 붕괴되고 핵가족으로 형성된 폐쇄적인 아파트 단지의 시민문화가 한국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3대가 함께 살고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간의 우애를 인륜의 근본으로 여기고 일가와 이웃간에도 예절과 도리를 지키며 함께 사는 집안문화가 돈과 권력을 탐닉하고 개인의 이익과 행복만을 추구하는 시민문화에 의해 함몰되고 있다. 독신을 고집하고 출산을 기피하며 이혼을 감정에 따라 한다. 반신불수의 부모 시중은 마다하고 애완견의 배설물은 군 말없이 받아낸다. 저들만의 생활공간에 부모가 끼어 들기를 거부하고 애완용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하는 인격의 파탄을 보이고 있다.
작금의 한국에서는 권력이 사회의 조화를 깨고 만인간의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적대하고 미워하고 씹어야 하는 부조리한 사회적 환경에서는 모두가 소인배가 되어 사람냄새가 날 리 없는 것이다.
유교문화의 몰락으로 굴곡된 현대를 살아온 노령층이 가장 뼈아픈 피해를 당하고 있다. 내가 여러 손위 친척들과 친구들을 방문해 보니 듣던 대로 노친들만 살고 있었다. 그래도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자식들에게 아쉬움이 덜 했지만 세태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퇴직금을 자식들에게 뜯기거나 주식투자에 날린 노친들은 자식들의 마음만 믿고 노후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어느 한쪽이 먼저 죽으면 어쩔 테냐”는 물음에는 “글쎄…”하는 자조적인 모습에서 허무가 보인다. 어느 한 친척은 7남매 중 여섯을 대학 보내느라고 골병이 들었는데 그들로부터 매월 생활비를 수금하기가 미치도록 힘들어 그들의 배덕에 분기탱천하다 그만 뇌졸중을 일으켜 누워 있었다.
이제 와서 자신의 우직함에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사와 윤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들은 온고지신하는 삶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생존경쟁과 비정함만을 배워온 이들한테서 사람의 냄새가 날 리가 없다.
남진식/사이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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