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무슨 날이지?”
어느 날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를 틀었더니 “남편이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라는 퀴즈가 나왔다. 전화를 거는 자들마다 그 답을 맞추지 못하여 쩔쩔 매다가 어느 여성이 정답을 맞추었다. 그런데 그 답은 매우 황당하였다.
달력에다 표시를 해놓는다든가, 미리 전날 알려준다든가 이런 식의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런 방법과는 전혀 달리 남편으로 하여금 잊어버리고 그냥 지나가게 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왜 그럴까? 남편이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리면 그 뒤에 일어날 일은 뻔하다.
그 프로를 진행하는 사회자는 “아내들은 여기에서 반드시 그냥 지나가서는 안됩니다”라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남성들은 구조적으로 날짜에 대한 개념이 둔하여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 등을 기억하는 것이 매우 힘들지만 여성은 생리적으로 날짜에 민감하기 때문에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남성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제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이 날들에 대한 행사를 치르는 것이다.
가정마다 큰 소리가 한번씩은 나게 마련이다. 남편으로 하여금 잊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한번 잊어버리도록 놔두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한번 잊어버린 실수의 대가를 뼈저리게 느끼므로 두 번 다시 잊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결혼한 후 처음으로 맞는 나의 생일 아침이었다. 시어머니께서는 며느리의 처음 생일을 기억하셔서 아침 식사를 근사하게 차려주셨다. 그런데 슬프게도, 남편은 식탁에 앉자 내 귀에다 대고 “오늘이 무슨 날이지? 왜 식탁이 이렇게 근사한 거야?”하는 거였다. 그 순간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핑 돌면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정성껏 차려진 아침식사도 먹을 수가 없었다. 시어머님께는 한없이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남편은 어이가 없었던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아침까지도 생일 이야기가 오고 갔었는데 순간적으로 잊어버린 것이 너무 어처구니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남편이 내게 속삭이는 말을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익숙지 않은 것뿐이다”
그 후로는 내 생일날만 돌아오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씩 웃는다. 남편은 장난기 섞인 말로 “오늘이 무슨 날이지?”라고 물으면서 멋쩍어 한다.
부부란 서로의 빌딩을 세워 주는 사이다. 한 번 실수한다고 그것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사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방귀도 마음놓고 뀔 수 있는 사이, 잠잘 때 코고는 시끄러운 소리도 들어줄 수 있는 사이. 눈빛만 보아도, 인기척만 들어도,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서로의 심경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이. 오랜 세월 동안 서로가 갈리고 찢기고 닦이어서 둥글둥글해진 사이. 이런 부부를 일컬어 행복한 부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황 순 원
(CMF 사모선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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