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아파트에 살던 한인 할머니의 시신이 부패된 채 발견된 사건의 충격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할머니가 약 9년간 이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지만 아들이 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가누기 어렵다. 또 한인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타운 인근 아파트에서 발생해 더욱 우울하다.
생계를 꾸려가느라 숨가쁘게 뛰다보면 한 달에 한번 부모를 찾아 뵙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다. 게다가 정신없는 이민생활에 게으른 심성이 더해지면 부모 방문은 분기별 행사가 되기 일쑤다.
부모를 찾아뵈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자녀의 도리다. 낳아주고 길러주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뼈 마디마디가 쑤시고 온갖 질환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부모에게 자녀들의 무관심은 마음마저 병들게 하는 ‘독’이다.
사정상 자주 노인아파트를 찾지 못하더라도 전화라도 했으면 시신이 썩는 불상사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방문은 고사하고 전화 통화에도 인색한 우리들의 정수리를 때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노인들은 이번 사건을 자신의 일인 양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회의 고령화 추세로 노년층이 늘고 홀로 지내는 노인이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할머니의 ‘기막힌 저승길’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특히 평소 자녀들의 발길이 뜸한 노인들은 머지 않아 이 할머니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확산되고 있는 노인들의 염려는 자녀들만이 덜어줄 수 있다. 부모 봉양에 안이한 태도를 보여온 우리에게 깊은 자성이 요구된다. 웰페어로 근근히 살아가는 노인이나 돈 많은 자녀를 둔 노인이나 마음이 허전하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부모에 대한 경제적 도움도 중요하지만 가능한 빈번하게 찾아 뵙고 외로움을 달래드리는 게 으뜸 효도가 아닐까 한다. 고단한 삶을 잘 이겨내신 노인들이라 조금만 정성을 들인다면 한결 밝아지실 것이다.
비단 우리의 부모만이 아니다. 주위의 소외된 이웃에게도 관심과 작은 사랑을 보내자. 양로원, 요양원에서 말없이 외로움을 삭이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 노인뿐이 아니다. 재활원, 교도소 등에서 구도자의 자세로 갱생의 길을 갈구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한순간의 잘못으로 나락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지만 앞으로 커뮤니티의 한 축을 떠받쳐야 할 기둥들이다. 이들의 거듭나기에도 우리의 어깨동무가 필요하다.
이번 비극을 따뜻한 한인사회를 일구어 나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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