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미국 허드슨강 인근 선술집의 주인은 아름다운 외동딸, 싸움 잘하는 수탉, 창고에 가득한 귀한 술을 애지중지했다. 그는 허드슨강을 자주 다니는 화물선 선원이 자신의 딸을 사모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선장이 되면 딸과의 결혼을 승낙하겠다고 했다.
몇 년이 흘렀다. 드디어 이 선원이 늠름한 선장이 되자 선술집 주인은 딸과의 혼인을 허락하고 아끼는 고급술 몇 종류를 수탉의 멋진 꼬리털로 뒤섞은 뒤 “칵테일(수탉의 꼬리: cock’s tail) 만세”를 외치고는 사위에게 술잔을 건넸다. 혼합주인 칵테일의 어원에 대한 하나의 ‘설’이다.
18세기 초 미국과 멕시코가 지루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양측의 희생이 커지자 미군 장군과 멕시코 왕이 휴전협정 조인식을 갖게 됐다. 멕시코 왕궁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멕시코 공주가 손수 만든 혼합주를 들고 나와 미군 장군에게 내밀었다.
한 모금 마신 장군은 혼합주의 감미로움에 빠졌다. 사실은 공주의 미색에 더 취했다. 장군은 공주의 이름을 물었고 공주는 “콕틸”이라고 답했다. 장군은 왕궁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공주가 만들어준 술을 “콕틸”이라고 부르자고 했다. 칵테일의 또 다른 어원이다. 칵테일의 어원은 이밖에도 여럿 더 있다. 기록이 정확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칵테일을 사랑하는 애주가와 ‘뿌리 찾기’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많아 다양한 ‘설’이 생성됐나 보다.
칵테일은 음주자의 기호에 따라 향과 맛을 달리 낼 수 있어 ‘양주의 교향악’으로 불리기도 한다. 술의 무게를 이용해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한 푸스카페, 증류주에 얼음과 청량음료를 넣어 따를 때 쏘는 듯한 소리를 내는 하이볼, 증류주에 레몬을 넣어 신맛을 강조한 사우어 등 천차만별이다.
칵테일 맛은 재료 맛이라고도 한다. 1900년대 초반에는 주로 콜라와 세븐업이 칵테일 재료로 사용됐고 50년대에 진저비어, 보드카가 판세를 잡았으며 70년대엔 갈리아노가 등장해 인기를 누렸다. 2004년 미 주류사회의 칵테일 시장에 소주가 도전장을 냈다. 애호가에 어필하기 위해 병이나 맛을 기존의 보드카와 흡사하게 만들었다. 주류사회 진출을 위해 토속적인 풍취를 과감히 도려내고 변신을 꾀했다. 바텐더들이 팀을 짜 직접 현장 공략도 나설 채비다.
고려시대 말기에 한반도에 들어온 소주는 값이 비싸 서민들에겐 약으로 쓰일 정도였다가 조선 말기에 가서야 서민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다 박정희 시대에 민심 수습차원에서 소주 값을 묶어 삶의 애환을 달래게 함으로써 소주는 말 그대로 서민의 술로 자리잡았다. ‘민족의 술’인 소주지만 변신을 통해 미국인들의 미각을 사로잡는다면 그 변신은 ‘무죄’다. 아니, 분명 또 다른 ‘한류’의 산파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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