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남쪽 국경이 멕시코인들의 밀입국 루트라면 북쪽의 캐나다 국경은 부끄럽게도 한국인들의 밀입국 루트로 정평 나 있다.
그 캐나다 국경이 최근엔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 루트로 둔갑해 워싱턴주 한인사회에 동정과 경계의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탈북자 송영주씨가 오로빌 지역에서 밀입국하다 체포된 후 망명을 신청했고 최근엔 탈북 모델 윤인호씨와 북한 특전사 군인이었다는 임천용씨가 각각 제발로 블레인 검문소를 찾아가 망명을 신청했다.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이를테면‘선택받은 북한인’들이 따뜻하게 받아들여준 한국을 다시 저버리고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것은 한국공관인 총영사관 관계자들에게는 속 뒤집히는 일일 것이다.
탈북자 문제에 총영사관은 그동안 공식입장 발표를 유보한 채 묵묵부답이었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주 시애틀에 들른 한승주 주미대사도 이 문제에 관한 한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민국 요청으로 지난주 타코마 이민국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임씨와 통화했으나 건강상태와 입국경위 등‘자국민에 대한’의례적인 대화만 나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방당국이 이들 망명신청자에 대한 처리과정 등을 한국정부와 상의 없이 미국 법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총영사관의 견해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28일로 예정된 이민국 재판에서 망명을 정식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영사관 관계자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고 결과만 통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사회에선 극히 일부 단체가 이들 탈북자 돕기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은 엉거주춤한 반응을 보인다. 이들의 망명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방법도 없지만 따듯하게 포용해준 대한민국을 버렸다는 일종의 배신감도 작용하는 듯하다.
이들의 구체적인 미국망명 신청 이유는 재판과정에서 드러나겠지만 임씨의 변호인조차도 그 이유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 망명을 신청하는 탈북자들이 앞으로도 한인사회에 계속 뜨거운 감자로 대두될텐데 공관 측이‘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자세만 고수해서는 곤란하다.
한인사회가 이들을 둘러싸고 동정론 쪽과 경계론 쪽으로 양분되기 전에 총영사관이 이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밝혀 교민들의 상황판단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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