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코번트리의 교통체계는 이색적이다. 체증을 덜기 위해 다섯 개 구역으로 쪼갠 뒤 차량이 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바로 진입하지 못하게 했다. LA 다운타운에서 한인타운으로 오는 길을 차단한 셈이다. 구역 내에서는 운행이 가능하나 다른 구역으로 가는 직행로는 없다.
사실 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가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5개 구역을 통괄하는 전체 지역을 빙 둘러싼 외곽 순환도로 덕에 구역간 왕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조금 돌아가는 느낌이지만 체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적다.
뉴욕 외곽의 래드번에서는 아예 사람과 차를 분리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차량과 보행자가 뒤범벅이 돼 체증이 심해지자 일정 구역을 지정해 차량통행을 금지시켰다. 보행자들이 걸어서 학교도 가고 공원에도 가고 샤핑몰에도 갈 수 있게 했다. 이 곳엔 차가 없으니 횡단보도가 있을 리 없다. 차량 소음과 매연을 신경 쓰지 않고 여유 있는 보행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민자 유입 급증으로 체증이 하루가 다르게 심해지는 한인타운에도 차 없는 구역을 설정해 보행자들이 활개치고 다닐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누군가 과감한 개혁조치를 취하더라도, “사통팔달인 타운의 맥을 끊어 먹고 살 수 없다”는 비난에 일주일도 지속되기 힘들 것이다. 체증으로 혈압이 올라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운전대를 놓을 수는 없다.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대를 잡았어도 ‘주차장 프리웨이’에 갇히면 새소리, 물소리가 담긴 음악을 들어도 마음을 다스리기 어렵다. 껌을 씹어도 체증 스트레스는 잘 씹히지 않는다. 창문을 닫은 뒤 아무 말이나 고함을 질러본들 잠시뿐이다. 만성 체증은 운전자의 위장질환에도 관계된다.
음식을 먹다가 체했을 때 중지와 새끼손가락 끝을 바늘로 살짝 찌르면 송송 맺히는 피와 함께 막혔던 혈맥이 뚫린다. 명치에서 배꼽까지 마사지하거나, 손과 발을 주물러 혈액순환을 돕는 것도 효험이 있다고 한다. 교통체증도 군데군데 막힌 곳을 찾아내 뚫어주면 누그러뜨릴 수 있다.
보다 못한 한인회가 체증해소 전담반을 구성해 돌파구를 모색하기로 했다. 타운 교통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근거로 시 정부에 건의한다는 얘기이다. 어느 곳엔 신호등을 설치하고 어느 곳엔 좌회전 신호를 추가하자는 등 아이디어도 구체적이다.
LA를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구역 간 소통을 막는 우회전략이나 차량 통행을 원천 봉쇄하는 구역을 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체증을 유발하는 요인을 분석하고 해소방안을 곁들여 정부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보고서를 기대해 본다. 종종 그랬듯이 시 정부의 립 서비스 한번 듣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이슈이다. 명분과 실리를 축적해 차근차근 추진할 일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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