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좀 빛이 바랬지만 ‘인사이클로피디아 브리태니카’(Encyclopaedia Britannica)는 백과사전의 대명사다. 그 뜻을 풀이하면 ‘영국인을 위한 전반적인 교육’쯤 된다. 1768년 에딘버러에서 첫 출판된 이후 계속 수정 증보작업을 거쳐 지금까지 ‘지식의 보고’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책이 나온 곳이 영국 본토박이들이 수도로 삼고 있던 런던이 아니라 책 나오기 불과 몇십 년 전까지 딴 나라였던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였다는 점이다.
한 때 유럽에서 가장 가난하던 나라의 하나였던 스코틀랜드는 18~19세기 200년 동안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애덤 스미스와 데이빗 흄으로 대표되는 스코틀랜드 계몽주의는 프랑스 계몽주의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에 못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대영 백과사전’은 그 열매의 하나다. 아더 허만 작 ‘어떻게 스코틀랜드가 현대 문명을 가능케 했나’를 읽어보면 이 유럽의 소국이 얼마나 인류 발전에 이바지했나를 알 수 있다.
인구나 자원으로 봐 별볼일없는 스코틀랜드가 이런 업적을 이룰 수 있던 주된 원인을 사가들은 당시 유럽 최고의 문자 해독률에서 찾고 있다. 18세기 전 칼빈 신학에 심취해 있던 스코틀랜드 지도자들은 모든 국민이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무 교육제를 도입했고 그 결과 웬만한 성인 남성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일단 책 읽는 것에 취미를 붙인 국민들은 종교 서적뿐 아니라 학문, 기술 서적부터 철학, 문학 책까지 닥치는 대로 읽게 됐고 이것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한 때 세계 최빈국이었다 비약적 발전을 한 한국을 비롯 동아시아권 각국의 특징은 높은 문자 해독률이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 문명이 일찍이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고 민주주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알파벳을 받아들여 국민들에게 널리 보급했기 때문이다. 아테네가 황금기를 맞았던 기원전 5세기께 그리스인들의 문자 해독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보면 책을 읽는 것과 국가의 발전과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위스콘신대가 도시 별로 책 읽는 순위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79개 주요 도시 중 1위는 미니애폴리스, 2위는 시애틀로 나왔다. 미니애폴리스와 시애틀은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나 ‘교육 환경이 좋은 도시’ 조사를 하면 꼭 1, 2위를 다투는 곳이다. 꼴찌는 텍사스 엘파소이고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LA는 68위로 최하위권에 가까웠다. 49위인 뉴욕이나 58위인 시카고에도 훨씬 못 미친다.
LA는 흔히 다인종 다문화가 모여 사는 21세기 대표 도시로 불린다. 최근 들어서는 게티 센터나 디즈니 홀 등 문화 시설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한 도시,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그 곳 시민들의 독서열이다. LA 시민들이 책에 눈을 뜨지 않는 한 ‘21세기 대표 도시’라는 호칭은 백일몽으로 끝날 것이다.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