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7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 연탄은 생활필수품 1호에 속했다. 늦가을이 되어 날씨가 쌀쌀해지면 주부들에게 당장 찾아드는 것은 김장 걱정, 연탄 걱정이었다. 그러니 구공탄 값이 1원, 2월 오르는 것이 서민들에게는 큰 뉴스였고 미디어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8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연탄’이 별로 뉴스로 다뤄지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면서 연탄 의존도가 낮아진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다른 이유가 있었다. 서울을 방문했을 때 옛 신문사 동료에게서 들었다.
그의 설명은 80년대 이후 기자들의 봉급 수준이 높아져서 연탄을 때는 기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관심이 가지 않는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존 케리 연방 상원의원이 공식 대선 후보가 되었고 곧 이어 열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다시 한번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
올 11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부시나 케리 중 한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될텐데 공화·민주의 당을 떠나서 미국 유권자들이 공통으로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다. 서민들의 이런 저런 사정, 걱정과 근심을 가슴으로부터 느끼는 대통령에 대한 아쉬움이다.
부시, 케리 두 사람이 모두 너무 부자라서 그 달 봉급으로 그 달을 사는 일반 서민들의 삶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 기자들이 연탄을 생필품으로 느끼지 못하던 정도의 거리가 아니다.
공화당의 부시, 체니 부통령, 그리고 민주당의 존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는 모두 천만달러대의 부자들. 케리 부부의 재산은 2,700만 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데 여기에 부인 테레사 여사가 전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5억-8억달러)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재산이 된다.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통나무집이 워낙 유명해서 미국의 대통령들은 가난을 이겨낸 롤 모델 같은 착각이 들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역대 대통령 중 대다수가 부자였고 그 중에서도 부자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었다. 그가 살던 마운트 버논뿐아니라 뉴욕에서 오하이오 강에 이르는 거대한 땅이 그의 소유였다고 한다.
다음 부자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그리고 이번에 케리가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3번째 부자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부자 정치인’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가진 것이 많으니 부패할 염려가 덜 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서민들의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좋은 예가 아버지 조지 부시대통령의 수퍼마켓 사건. 지난 92년 대선 캠페인 중 가격 스캐너를 보고 그가 깜짝 놀라 뉴스가 됐었다. 직접 물건을 사러 가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다음 4년은 부자나 대기업보다는 서민 친화적인 정책이 펼쳐져야 하겠다. 서민들이 더 크게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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