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통일교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다. 1954년 5월 1일 서울에서 ‘세계 기독교 통일 신령협의회’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이 단체는 1997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1958년 해외선교가 시작된 이후 현재 193개국에 선교사를 파견하고 수십만의 신도를 두고 있는 통일교는 종교뿐 아니라 비즈니스, 언론, 교육 등 사회 각 분야에 발을 뻗치고 있는 대조직이다. 잘 알려진 것만 해도 미국의 워싱턴 타임스, 한국과 일본의 세계일보 등 신문, 한국의 일화 등 기업, 미국의 브리지포트 대학 등 교육 기관 등 소유하고 있는 기업과 기관이 수없이 많다.
통일교는 70년대 초 미국에 본격 진출, 교세를 확장했다. 일명 ‘무니’(Moonie)라고 불리는 이들 신도들은 가정도 버리고 교주 문선명을 하나님처럼 섬겨 학부모와 미 교계의 큰 반발을 샀으며 문씨는 80년대 탈세 혐의로 18개월의 징역형을 언도 받고 복역하기도 했다.
90년대 들어 구겨진 이미지 개선 작업을 조용히 벌여오던 문씨가 올해 3월 연방 상원 빌딩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10여명의 미 정치인이 참석한 자리에서 문씨는 자신을 구세주로 선언했으며 대니 데이비스 민주당 의원은 흰 장갑을 끼고 문씨의 머리에 화려한 ‘국제 평화 왕관’을 씌웠다.
문씨는 이날 “나는 전 세계 60억 명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세상에 보내졌다”면서 “황제와 왕과 대통령들은 내가 인류의 구원자, 구세주, 부활한 주님이자 참된 아버지라는 사실을 선포했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작고한 모든 미국 대통령, 예수, 모세, 모하메드 등과 대화를 나누었다”면서 “마르크스와 레닌, 히틀러와 스탈린 같은 독재자도 나의 가르침에 감화를 받아 그들의 사상을 바꾸고 새사람으로 거듭났다”고 주장했다.
행사가 열렸던 연방 상원 건물은 연방 상원의원의 허락이 없이는 일반인이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인 미국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지자 미국 정계는 “도대체 누가 이런 인물에게 연방 의회를 빌려줬는가” 하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 해프닝이 있은 지 4개월만 만에 마침내 진범이 밝혀진 모양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1일자 1면 기사에서 존 워너 연방 상원의원(공·버지니아)이 문 목사의 건물 사용을 허락했음을 실토했다고 보도했다. 워너 의원 측은 행사장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문 목사가 관련된 지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별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문 목사는 화려한 재기를 노리며 이런 해프닝을 감행했는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다시금 미국 사회의 조롱거리가 된 것말고는 없다. 이런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는 인물이 미국 정계에 이런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계 각국 신도로부터 교주로 추앙 받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인간의 어리석음에는 정녕 끝이 없는 것일까.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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