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마리 즐거운 새처럼’(Like a Joyful Bird)
▶ 한 권의 책으로 한인 이민사 알린다
하와이 한인3세 여성이 1백년 한인 이민사 가족의 희로애락을‘한 마리 즐거운 새처럼’(Like a Joyful Bird)이란 자신의 책 제목처럼 흥미롭게 펼쳐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책 제목이 재미있어 책을 집어든 기자는 하와이에서 태어나 성장한 글렌다 정 힌치(58)의 가족사에 함께 몰입했다.
작가 힌치는 마치‘한 마리 즐거운 새처럼’1900년대초 한국을 떠나 하와이에 정착한 조부모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국인 부모와 형제들의 생활모습을 섬세하게 책 속에 되살리며 자신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까지 과정을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전하고 있다.
힌치 가족의 스토리(128쪽)는 1916년, 외조부모와 어머니가 함께 찍은 빛바랜 흑백 사진 한장으로 시작된다. 힌치의 외할아버지 장금환(張琴煥·1883∼1963)씨는 1904년, 하와이로 떠났던 초기 이주 한국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처음 사탕수수 노동자였지만 나중에 십장(luna)이 되어 여러 채의 집을 매입할 정도로 재산을 모았다.
장씨는 포르투갈과 하와이언 가정에서 청혼을 받았지만 한국 여자와 결혼할 것을 고집했고 마침내 중매로 한국에 있던 외할머니 홍도윤씨와 결혼을 하게 된다.
당시, 장씨는 32살이고 사진신부인 홍씨는 19살이었다. 재력가인 장금환씨는 한국 독립당 하와이지부를 설립해 독립군을 지원했으며 이 같은 공로로 지난 99년 한국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 받고 유해가 본국으로 송환, 김호 선생과 함께 지난 2002년 10월8일 대전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외할머니 홍도윤씨는 하와이로 시집을 와서 10명의 자식을 낳았다. 처음 6명은 내리 딸이었다고 한다.
이중 맏딸이 바로 힌치씨의 어머니(장은애)이다.
힌치씨는 할머니가 자식과 손주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겼고 바느질 등 손재주가 상당히 뛰어났다고 회상한다. 할머니는 비록 교육은 많이 받지 못했지만 할아버지 소유의 가게와 아파트를 손수 관리했으며 영어를 공부해 65세 때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한다.
지난 1976년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는 1백만달러가 넘는 재산을 남겼다고 한다.
힌치씨의 어머니가 아버지, 챨리 정씨를 만난 것은 1940년으로 아버지 정씨 가족 역시 초기 한인 이민자다. 그의 부모님은 1904년 어린 아들과 딸을 데리고 하와이로 이민을 왔다.
당시 한 가족이 이민을 온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아버지는 한국에서 몇 안되는 가톨릭교인이었다고 한다. 외조부와 달리 친 할아버지, 할머니는 한국에서 결혼을 했기 때문에 할머니가 4살 연상이었다. 이는 조선후기 한국풍습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이 책은 또한 주인공 힌치씨가 코리언 아메리칸 이민 3세로 성장한 과정과 대학졸업 후 7년간 태국과 유럽, 미 본토를 여행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1977년, 아일랜드계의 남편 데이빗 힌치를 만나기 전까지 “어떤 한국남자도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아 한번도 한국남자와 데이트를 해 본적이 없다”는 힌치씨는 부모님이 외국사람과 교제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힌치씨는 비록 외국인 남편을 만나 힌치(Hinchey)라는 외국성을 갖게 됐지만 이름 중간에 아버지의 성 ‘정(Chung)’을 넣어 자신이 한인 3세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02년, 할아버지 유해가 한국으로 송환되면서 난생 처음 한국을 방문한 힌치 부부는 일주일간의 한국여행 이야기도 책에 담았다.
힌치씨는 한국 방문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동기가 됐다고 한다.
힌치씨는 비록 나의 행동이나 말이 한국인보다는 미국인에 더 가깝지만 분명 자신은 한국인의 피가 흐리는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다녀오고 나서 곧바로 한국차인 현대 액센트를 구입했다. 주변 사람들이 “왜 도요타를 사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난 당당히 이렇게 대답한다.”,
“내 모국(母國), 한국을 돕고 싶어 그랬노라”고.
<김현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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