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녀 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있는 건가” - 명문 대학에 재학했던 우수한 청년이 아버지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을 보면서 모든 부모들이 한번씩은 자문해 보았을 질문이다. 지난 11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인근에서 22세의 한인 2세 청년이 아버지를 차로 치고 도주했다가 13일 자수했다. 사건은 자동차를 몰고 나가겠다는 아들과 이를 막던 부모가 언쟁을 벌이던 중 감정이 격해진 아들이 차로 돌진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부자라는 특별한 인연이 어떻게 죽이고 죽는 끔찍한 악연으로 끝을 맺었는지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아들이 친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 청년이 스탠포드 대학 물리학과에 들어갔을 정도로 수재였다는 사실, 밖에서 보기에 부러울 것 없는 부유하고 안정된 가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 등으로 한인사회가 받는 충격이 크다. 가족간에 얼마나 극심한 갈등이 있었으면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사건 당시 용의자 대니얼 정군은 어떤 정신적 상태였는지 현재로서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다만 그가 사춘기 때 부모의 돈을 훔쳐 가출한 적이 있고, 난폭·과속운전으로 너무 자주 법적 문제가 되었고, 재학 중이던 스탠포드 대학에서도 정학을 당했다는 사실 등으로 미뤄볼 때 정서적으로 심히 불안정했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똑똑한 젊은이들에게 왜 이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는가 -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사회는 진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에 앞서 우리는 하버드, MIT 등 명문대학에 들어간 자랑스런 한인 학생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불행한 사건들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때마다 일류대학의 극심한 공부 스트레스가 주범으로 지적되었지만 그것이 근본적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모두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 조울증, 주의산만증 등 정신질환의 성향이 잠재되어 있던 사람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자살·살해 등 극단적 행동이 나타난다.
문제는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우수한 학생은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것으로 여기는 무지이다. 학습 능력과 정신적 성숙도는 전혀 별개이다. 한인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종종 학과 공부를 지나치게 강조하느라 인성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아버지 살해사건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비극이지만 우리에게 자녀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아프고도 소중한 교과서가 된다. 성공보다 사람됨, 성적보다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먼저 보살피는 교육 풍토가 한인사회에서 정착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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