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찾아가는 건축가 윤병훈씨
돌과의 포옹… 자연의 기를 내품에
윤병훈씨(33, 건축가)씨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와 더불어 사는 수많은 자연 가운데서도 유난스레 돌을 좋아한다. 우리 기억의 많은 부분이 형성되는 것은 어린 시절. 그가 살던 동네 뒷산은 풀 한 포기조차 자라나기 힘든 돌산이었지만 추억의 놀이터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그 돌산에서 그는 친구들과 타잔 놀이도 하고 전쟁놀이도 했었다. 하지만 그의 기억의 장을 가득 채울 만큼 좋아했던 것은 다른 어떤 놀이도 아니라 돌베개를 베고 누워 바람을 느끼며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한국의 전위 예술가, 홍신자가 돌을 소품으로 한 춤을 선보이면서 “돌을 무대에 데리고 나갔다”는 표현을 썼을 때 그는 100%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돌을 무생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말은 피식 너털웃음밖에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안다. 돌이 살아있음을.
뒷동산의 돌도 비와 바람에 변화하며 살아있다고 말해 오는 것을 느끼는 그가 아치스 국립공원의 돌을 보고 났을 때의 감격이 어땠을까는 쉽게 상상이 간다. 과거 해저 대륙붕이었던 지각이 빙하기와 간빙기 등 지구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나며 융기, 침식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 아치스 국립공원은 돌이 살아 숨쉬며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성스러운 곳. 수억년의 세월 동안 비바람을 이겨낸 바위들은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으로 우뚝 솟아 그에게 비교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안겨준다.
이렇게 시작된 돌 사랑을 그는 오롯하게 안고 살아간다. 남들에겐 대단한 사치, 또는 요상스런 괴벽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주말의 그는 살아 숨쉬는 돌로부터 자연의 기를 받기 위해 길을 떠난다.
지난 독립기념일 같은 연휴에는 아치스 국립공원까지 원정을 나서지만 평소에는 조슈아 국립공원 등 근교를 자주 찾는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조슈아 트리와 함께 누워있는 커다란 바위들은 말 한 마디 없이도 감동적이다.
뜨거운 여름의 태양을 받아 달아오른 바위에 가만히 몸을 눕힌다. 모든 생명을 창조시킨 태양의 에너지가 바위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의 몸에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간밤의 숙취나 과로로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뜨거운 바위에 몸을 뉘면 마치 잘잘 끓는 온돌방에서 몸을 지진 것처럼 시원하다.
카타리나 아일랜드에서도 그는 남들 다 찾는 반짝이는 모래사장보다 바위 찾기에 급급하다. 그의 결코 작지 않은 몸집을 넉넉히 품어줄 만한 바위를 발견한 후엔 가만히 몸을 기댄다. 그러면 어릴 때부터 오랜 친구였던 바위는 조용히 그를 안아준다.
밤샘을 밥먹듯 하는 마감 인생, 건축가. 주말 돌과의 포옹으로 충전한 엄청난 자연의 에너지가 생활의 힘찬 원동력임을 그는 의심하지 않는다. 그가 좋아하는 오브제, 바위와 돌은 그의 건물 설계에도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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