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는 염소 만한 가축이 없을 성싶다. 사람이든 가축이든 가리지 않고 졸리게 만드는 체체파리가 극성을 부리는 지역에서는 이에 강한 내성을 보여 가축 인기도에서 단연 1위를 달린다. 결혼지참금을 대신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중동,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염소 고기가 식도락가의 단골메뉴이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육류를 무척 좋아하면서도 혈압이 높아 고기 뜯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냄새가 약간 거부감을 주긴 하지만 양념하기 나름이다. LA 한인타운에도 ‘별미’ 염소 요리로 단골손님들을 확보하고 있는 식당이 있다.
염소젖은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 주요 영양소가 우유보다 듬뿍 들어 있다. 소화도 잘 된다. 우유보다 사람의 모유에 가깝다고 한다. 더욱 기특한 것은 염소젖은 꾸준히 많이 나온다. 끼니 걱정하는 마을의 어린이들에게 이만한 ‘영양식’이 없다.
염소는 기르기가 퍽 쉽다. 우선 몸이 작아 사료가 적게 든다. 또 강한 체질이라 먹거리에 까다롭지 않다. 봄에는 야초, 목초, 나뭇잎을 먹는다. 겨울에는 건초, 뿌리 채소 등을 즐긴다. 33만에이커가 넘는 샌버나디노 국유림이나 애리조나 프레스코트 국유림 등지에서는 산불예방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해 염소를 풀어놓는다. 염소가 풀덤불과 잡목을 갉아먹으면 인화물질을 사전에 제거하는 셈이니 그럴 만도 하다.
염소는 생후 1년이면 어른이 된다. 조숙한 놈들은 6개월만에 장가가고 시집간다. 그리고 보통 5개월간 임신해 새끼를 낳는다. 새끼치기를 잘 하니 주인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처럼 생존능력이 빼어나 키우기 쉽고, 번식력이 강할 뿐 아니라 양질의 젖과 고기를 제공해 ‘빈농의 젖소‘로 불린다.
기원전 7000년께 요르단의 한 농경마을 유적지에 염소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가 출토돼 염소와 인간의 유구한 관계를 시사했다. 지구상에 4억6,000만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10마리 중 9마리가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 있다. 다방면에 쓰임새가 인정된 까닭이다.
염소를 북한에 보내려는 움직임이 있다. LA 평통이 조만간 가질 음악회의 수익금과 헌금으로 10만달러의 기금을 마련해, 이 돈으로 염소를 사 북한에 전달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염소 보내기는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1999년부터 시작해 5년간 약 2,000마리를 북녘 땅에 보낸 바 있다.
염소보다는 빵, 두유 원료 등을 제공하거나 탁아소를 지원하는 게 더 실질적이라는 주장도 있어 최종 결정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염소든 빵이든 가여운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정치적 공방의 빌미가 될 수 있는 현금지원만 아니면 크게 박수칠 일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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