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월스님(뉴욕백운선방)
20대에 여름방학이 되어 남해안 일주를 간 것이 계기가 되어 처음 불교를 만나게 되었다. 목포에서 만난 어느 거사의 간곡한 부탁으로 호남의 명찰이라는 해남 대흥사에 구경갔다가 그 곳에서 수행자들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난다고 했다.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나느냐고 물으니, 윤회를 벗어나서 해탈하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탈이나 열반이라는 말이 어느 교과서에나 있는 것인 줄 알았더니, 실제로 해탈을 위해 꼭두새벽부터 치열하게 사는 삶이 있다는 것을 보고 듣고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더운 여름인데도 가사를 수하고 꼬박 서서 목탁을 몇 시간씩 두드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 자신이 팔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팠다. 해탈이라는 높은 차원을 목표로 그토록 열심히 정진하는 수행자들의 삶을 만난 후로는, 세속에 대한 미련은 털끝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곳으로 입산하려 하니, 그곳 암자의 비구니 주지스님이 자신의 과거를 말하면서, 큰 절로 가서 수행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데 또 한번 놀라웠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치부는 감추려는 것이 본능인데, 그 스님의 담담하고 거짓 없는 태도가 마음을 울려주었다. 자신은 3살 때 몸이 아파서 절에 온 것이 계기가 되어 스님이 되었는데, 중간에 파계를 하였으나, 아이를 데려다 기르면서 암자를 지키며 산다고 하였다.
자신은 스승이 될 자격이 없으니, 훌륭한 스님이 많은 큰절에 찾아가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 세상으로 안 나갔느냐고 하니, 세상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거의 40년 이상을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면서 기도하고 사는 것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 날마다 그곳의 장면이 떠올랐다. 결국 그해 가을에 입산하게 되었는데, 불교에 대해 무식하기로는 이루다 말할 수 없었다.
’석가모니불’을 부르면서 연등을 들고 초파일 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 ‘석가모니 등불’로 알았고, 누가 ‘달마’가 무슨 말이냐고 물으면, 선방(禪房)에서 ‘보리달마’밖에 들은 것이 없어, ‘보리달마’의 준말이라고 대답한 때도 있었다. ‘불(佛)’은 산스크릿트어 붇다(Buddha)에서 온 말로 ‘깨달은 자’라는 말이고, ‘달마(Dharma)’는 법(法) 또는 진리, 의무, 규정이라는 의미를 가진 말인데,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한다.
’보리달마(Bodhi-Dharma)’는 우리에게 부처님의 마음을 가르치며 선(禪)수행을 전한 남인도 스님의 이름이다. 우리가 ‘승가’라고 하는 말은 상가(Sangha)라는 말에서 왔으며, 화합하는 대중이라는 말이다.
세상의 흐름은 예전이나 이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으로, 그것이 천박하거나 타당성이 없으면 곧 사라지게 되고, 고상하고 평등하고 이익되게 하면 오래 유지되는 속성이 있다. 샥가디타(부처님의 딸들)대회 참가를 통해, 서양인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었으며, 특히 티벳 불교에 대한 선호도를 알 수 있었다.
티벳 불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티벳 한 국가의 불교가 아니라, 히말라야 인접국인 네팔, 시킴, 부탄, 라닥 등에서 전승되고 있는 꽤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불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천혜의 지형여건 속에서 세상에 물들지 않고, 그 가르침을 온전히 지키며 전승하고 있어, 법이 살아 있었다.
법이 살았다는 말은 법이 현실로 생명력(生命力)을 지녀 실천되는 것을 말한다. 입으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나라의 선 수행인 ‘마음 법’은 티벳 불교에서도 가장 높은 단계의 수행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입산하니 어느 건방진 사람이 나에게 시비를 했다. 자신은 산에 안가도 산을 느끼고 물에 안가도 물을 느끼는데, 당신은 입산해야 도를 닦느냐고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그것은 라즈니쉬의 경지이지, 당신의 경지가 아니라고. 도는 닦아야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안닦고도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도는 책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직접 체험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본래 청정한 불성을 갖추고 있지만, 현재 자신의 상태가 청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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