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키스’ 낸시 레이건 여사가 11일 아침 로널드 레이건의 관이 연방의사당으로부터 장례식장인 워싱턴 내셔널 성당을 향해 운구되기 직전 마지막 키스를 하고 있다.
■장례식 이모저모
“로니와 낸시의 사랑 감동적” 입모아
◎…미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이 떠나는 날 워싱턴에는 그가 주는 선물인양 무더위를 쫓아내는 단비가 함초롬히 내렸다.
레이건의 유해가 안치됐던 연방 의사당에서 장례식이 거행된 워싱턴 내셔널 대성당에 이르는 5마일 거리의 연도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촉촉히 내리는 단비를 고스란히 맞아가며 모터케이드 행렬을 지켜보았다. 이들중 일부는 운구차량 행렬을 향해 ‘나의 영웅 레이건’ ‘당신을 사랑합니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어 보이기도 했으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여러명이 목격됐다.
낸시여사 오열
하관 예배 후 끝내 울음을 터뜨린 낸시 여사를 자녀들이 위로하고 있다.

묘지로 운구
워싱턴에서 장례식을 마친 레이건 전대통령의 관이 11일 시미밸리 레이건도서관으로 운구되고 있다.

아들딸들
장례식장의 유족들. 왼쪽부터 아들 마이클과 딸 패티 데이비스, 입양 아들 론 레이건의 아내 도리아, 론 레이건.
◎…많은 미국인들은 타계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동시에 미망인이 된 낸시 레이건 여사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장례 행렬을 보기 위해 컨스티튜션 애비뉴와 3가에 모인 조문객들도 마찬가지로 지난 1주간 낸시 여사의 표정과 제스처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연방 출판국 지원인 스티브 솔로몬(56)은 낸시 여사가 “남편의 관에 머리를 대고 살짝 비비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브루클린에서 온 사업 분석가 잔 버거(47)도 “그녀의 손 제스쳐만 보아도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로니와 낸시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냐”며 “케네디와 재키는 상대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인디펜던스 애비뉴에서 장의행렬을 기다린 대릴 징크(57)와 샬린(54) 부부는 의회 의사당 원형홀에 안치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애도하기 위해 미시건에서 워싱턴으로 8시간을 운전하고 3시간 30분을 줄 서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다음날이 손자의 생일 때문에 다시 미시건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징크 부부는 여기에 와야 한다고 느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장례식 준비 어떻게
초청인사·조사·연주음악 등
낸시여사 ‘10년전부터 기획’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10년전부터 기획된 ‘작품’이었다.
지난 52년간 레이건의 동반자였던 낸시 레이건 여사(82)는 1984년부터 백악관 시절의 보좌관들과 함께 매년 두 번씩 회의를 열고 남편의 장례식을 꼼꼼히 준비했다.
백악관 시절부터 레이건의 이미지 관리를 ‘본업’으로 삼았던 낸시는 그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1994년 이후 10년간 남편을 대중으로부터 완전히 격리시켜 이미지 손상의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한편 그의 사망에 대비, 철저한 장례준비를 진행해왔다.
완벽주의자라는 평가에 걸맞게 그녀는 벌써 오래 전에 장례 주관인들을 선정, 각각 맡아야 할 역할을 정해 놓은 뒤 본인들의 사전승락까지 받았고 장례식장에서 꼭 연주해야 할 음악도 남편과 상의를 거쳐 선곡해 두었다.
또 유족 초청으로 장례식에 참석하는 인사들의 명단도 일찌감치 작성해둔 터여서 낸시 여사에게 주어진 1,000장의 초청장은 티끌 만한 잡음도 없이 즉각 배부됐다.
이처럼 이번 장례식은 국장의 일반적인 골격에 맞춰 낸시 여사가 살을 붙인 ‘작품’이었지만 레이건도 논의 초기 단계에 직접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격적인 준비는 그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이후 낸시와 그녀의 보좌관들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레이건도 퇴임이후 낸시와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장례절차에 관한 의견을 털어놓았다는 것.
한 예로 레이건은 1994년 자신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고 발표했을 당시 마가렛 대처 전 영국총리에게 장례식 조사를 직접 부탁했고, 대처 여사는 “그같은 일이 생긴다면 기꺼이 그리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처 여사는 최근 심장병 등 건강문제가 생기자 추도사를 비디오로 촬영했고, 이를 장례식장에서 발표해 고인과의 약속을 지켰다.
철저한 사전 준비 덕인지 몰라도 미 개국 이래 10번째 국장으로 치러진 레이건의 장례식은 역대 국장 가운데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치밀하게 짜여졌다는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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