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TV의 프라임타임 뉴스앵커인 애론 브라운은 수년 전 ABC-TV에서 일했었다. 간판 앵커인 피터 제닝스의 그늘에 가려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저 제닝스가 휴가 갔을 때나 주말에 자리를 메우는 정도였다. 그런데 CNN-TV가 그의 탁월한 감각을 인정해 스카웃 했다. 브라운은 제닝스에 견줘 결코 뒤지지 않는 ‘뉴스 나잇’의 앵커로 자리 매김 했다.
폭스TV의 정치뉴스 프로그램인 ‘스페셜 리포트’ 앵커인 브릿 흄도 ABC-TV의 백악관 출입기자로 지명도를 쌓은 베테랑이다. 그가 폭스TV 경영진의 눈에 들어 새로운 일터로 옮긴 뒤 기자가 아니라 앵커로서 전혀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칼(채널4) NBC-TV의 뉴스앵커인 폴 모이어도 로칼(채널7) ABC-TV에서 연봉 수백만 달러를 받고 스카웃 됐다. 비단 언론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은 자연스럽고 축하할 일이다. 스카웃 하는 사람이나 스카웃 되는 사람 모두 당당할 수 있다.
1980년대 초 한국에서 대기업 초임이 30만원 안팎이었을 때, 아주 잘 나가는 학원강사는 퇴근 후 과외지도까지 해 한 달에 수백만 원의 수입을 거뜬히 올려 그 아내가 우유로 목욕을 했다는 말이 전해졌었다. 사회적으로 위화감을 조성하는 얘기이긴 하지만 학원가에서는 스타였고 서로 ‘모셔가려’ 했었다.
한인 학원업계에서도 스카웃 전쟁은 있다. 얼마 전 한 학원이 강사 여러 명을 스카웃 했다. 당연히 웃돈을 전제로 했다. 여기까지는 시비 걸 일이 아니다. 문제는 여러 학원에서 한 명씩 뽑아간 것이 아니라 한 학원을 타겟으로 작전을 편 것이다. 강사의 실력은 둘째치고 “타겟이 된 학원을 문닫게 하자는 음모 아니냐”는 오해를 살만하다.
강사가 강습 노하우와 교육 프로그램도 머리 속에 지니고 가는 형국이니 당하는 학원의 입장에선 울화통이 터질 일이다. “다른 곳에서 얼마 준다고 하는데...” 하면서 은근히 흥정을 하는 강사의 전화에, 평소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를 써왔던 학원 측으로선 배신감마저 느끼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더 있다. 강사 스카웃에 그치지 않고 강사들로 하여금 확보한 명단으로 학생들까지 빼내려고 일일이 ‘전화 로비’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을 데려가면 수입이 늘어서 좋고, 특정학원에 대해선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렇다”는 소문을 퍼뜨릴 수 있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려서인지 모른다.
하지만 스카웃에도 지켜야 할 규범이 있다. 실력 있는 사람이 대접받는다는 풍토를 조성해 업계 전체에 플러스가 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강사의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면 학원으로서는 학급정원을 늘리는 고육책을 쓰게 되고 그 결과는 교육의 질 저하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주어진 파이를 공정한 경쟁으로 나누어 먹어야 탈이 없다. 독식은 급체를 부를 뿐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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