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을 여행하다 보면 신호등 곳곳에 달려 있는 무인 카메라를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교통 위반자를 적발하기 위한 카메라를 달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데 빨리도 보급이 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중 상당수가 가짜라는 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같지만 알맹이는 없는 허수아비다. 경찰 등 ‘인사이더’들을 제외하고는 속은 채로 차를 몰고 다닐 수밖에 없다.
유명 브랜드를 위조해 장사를 하는데는 한인을 따를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LAPD 관계자들 이야기다. 어떤 물건은 워낙 정교해 전문가들이 와 감정을 해도 분간을 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수없이 적발되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 정치인들 사이에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습관화 돼 있다. 조금 있으면 밝혀질 일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잡아떼는 것이 보통이다. 이 말을 믿는 국민도 없지만 나중에 발각이 돼도 당사자 또한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그러나 미국인들 사이에서 정직함은 으뜸가는 덕목이다. ‘국부’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이나 그 다음으로 위대한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정직한 에이브’ 링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지도자의 표본으로 돼 있다. 반면 탄핵되기 전 사임한 닉슨이나 민주당으로부터도 ‘이례적으로 능란한 거짓말쟁이’라는 평을 받다 탄핵 일보 전까지 갔던 클린턴은 모두 정직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간첩 혐의로 7년 간 복역하다 최근 풀려난 로버트 김씨가 한국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길거리에서는 그를 위한 가두 기금 모금이 벌어지고 인터넷에는 팬클럽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한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축구 시합을 한다면 나는 한국 편을 들 것”이라며 “내가 한 일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신문과의 회견에서 “나는 내가 택한 나라 미국을 사랑한다”고 말한 것과는 다소 상반된다.
미 시민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서약을 해야 한다. “나는 지금 절대적이고 전적으로 출신국을 포함, 모든 다른 나라에 대한 충성을 저버리고 미국의 법과 헌법을 지지하고 지키며 미국에 충성할 것을 맹세한다. 나는 법이 정한대로 무기를 들고 미국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나는 자유롭고 아무 거리낌이나 책임을 회피할 생각 없이 이 맹세를 한다.”
김씨는 시민권자다. 김씨도 이 선서를 했을 것이다. 김씨는 판사가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중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만 누구의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 선서를 어긴 데 대한 엄벌일 수도 있다.
한국에 충성을 하건 미국에 충성을 하건 그건 각자의 자유다. 그러나 어느 쪽이건 한번 한 약속은 지키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무턱대고 시민권을 따기 전 시민권의 의미를 한번 되새겨 보자.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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