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보스톤에 찰스 폰지라는 유명인이 있었다. 그는 돈을 팍팍 불려준다는 유인책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요즘 인기 있는 소위 ‘단기 고수익 상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석 달만 맡기면 원금을 두 배로 불려주겠다고 하는데 솔깃해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폰지의 유명세는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나갔다. 잠깐 사이에 10억 달러가 모였다. 약 80년 전이니 인플레를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였다. 실제로 폰지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듬뿍 쥐어 주었다. 그런데 그는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지 않았다.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는 그 보다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으로 배당금을 충당해 주고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에게는 그 다음에 투자한 사람들의 자금을 떼어 주었다. 폰지의 독특한 사기술이 먹혀들어 약 1년간 투자자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었다.
하지만 “의심스럽다”는 소문이 돌고 투자자들이 뜸해지면서 ‘단기 고수익 상품’은 밀물에 부서지는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와해되고 말았다. 투자자들에게 돈을 주어야 하는데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조달이 끊겼으니 개스가 떨어진 차가 멈춰서는 것과 같았다. 투자금을 착복한 폰지를 기다린 곳은 교도소밖에 없었다.
한 세대가 조금 더 지난 1960년대 또 하나의 희대의 사기꾼이 있었다. 팬암 조종사, 의사, 변호사, 교수, 연방수사국 요원을 사칭하며 250만 달러를 횡령한 프랭크 애비그네일 주니어. 가정이 풍비박산 나자 10대의 어린 나이에 타고난 재능을 살려 ‘특별한 길’로 들어섰고 17세에 연방수사국 수배자 명단에 올라 최연소 기록을 수립한 사기 분야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신출귀몰한 그의 범죄행각, 수감, 탈옥 등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자전적 소설 ‘잡을 테면 잡아 봐’(Catch Me If You Can)은 한국어 등 9개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였다. 또 16세부터 21세까지의 파란만장한 삶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레오나드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가 만들어 히트시킨 영화의 재료가 됐다.
그러나 아무리 영악해도 꼬리가 길면 잡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천인공노할 사기꾼이라도 개과천선할 여지는 있다. 1969년 프랑스에서 체포된 애비그네일은 미성년자 보호법에 따라 12년형을 받고 5년을 복역한 뒤, 재능을 좋은 곳에 쓴다는 조건으로 석방돼 지금껏 금융범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잇단 사기사건으로 한인사회 뒤숭숭하다. 사기꾼들을 완전히 매장시키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파문이 다소 진정되면, 항상 그래왔듯이 또 다른 사기사건이 터질 것이다. 사기꾼들을 한데 모아 ‘커뮤니티 사기방지 전담위원회’를 만들어 재발을 막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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