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을 다룬 영화 ‘데이 애프터’가 개봉되자 그 동안 환경 보호에는 무관심한 채 기업 이익을 대변하기에 급급했던 부시 행정부는 올 대선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다 전사한 축구 스타 틸먼 상병이 아군 총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로써 ‘전쟁 영웅 만들기’에 급급했던 미군 당국은 또 한번 망신을 당하게 됐습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탈영이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탈영했다 체포된 아무개 병사는 ‘불의한 전쟁에 동참할 수 없어 탈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병사는 징역 1년여에 불명예 제대라는 중형을 받았습니다.”
“후세인이 차고 있던 총을 빼앗아 백악관에 진열해 놓고 방문객들에게 자랑해 온 부시 대통령이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요즘 ‘부시 인형 때리기’ 가 세계적인 유행입니다 (부시 인형을 웃으며 발로 차고 짓밟는 화면을 보여준다).”
지난 1주일간 한국 TV에서 방영된 뉴스의 일부다. 요즘 한국 TV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미국에 관한 뉴스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 중 미국에 긍정적인 소식은 눈을 씻고 볼래야 찾아 볼 수 없다. 남의 나라 대통령도 초강대국도 잘못한 것이 있으면 비판받아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공정성을 가졌느냐다. 뭔가 잘 한 일도 있을텐 데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는 것은 공평한 처사라 할 수 없다.
더군다나 한국의 공영 TV는 한번도 관제 언론의 역할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는 점을 한국민은 물론 부시도 알고 있다. 그런 방송에서 아침저녁으로 반미 정서를 자극하는 보도를 하면서 왜 한미동맹이 비틀거리고 있는지 의아해 하는 것은 어리석다. 미국의 PBS가 하루도 빼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험담과 ‘어글리 코리언’의 결점을 꼬집는 특집을 내보낸다면 한국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냄비처럼 금방 끓었다 식는 한국인과 달리 미국인들은 쉽게 노여워하지도 않지만 한번 성이 나면 쉽게 풀지도 않는다. 한 때 유럽을 제패했던 독일도, 아시아의 지배자였던 일본도, 또 하나의 초강대국이었던 소련도 미국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국 헐뜯기는 ‘거인의 코털’을 뽑는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한국의 이익과 발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권력자들은 외부의 적 만들기를 좋아한다. 내부 결속을 다지고 집권층에 대한 지지를 높이는 데 그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반공’이 ‘반미’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외적에 대한 적개심을 정권 안보용으로 이용하는 수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듯 하다. 한국에서 만나본 대다수 한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와 자녀 취업이지 반미 시위가 아니었다. 한국의 지배 계층과 어용 언론이 하루 바삐 달콤한 국수적 자기 도취에서 깨어나기를 기원한다.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