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한 가정주부가 며칠 전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S 여행사 직원이라고 밝힌 여성이 축하한다고 했다. 경품에 당첨돼 500달러에서 2,500달러까지의 선물 또는 현찰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었다.
이 주부는 공짜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말에 귀를 쫑긋했다. 5월 21-22일 또는 23-24일 1박 2일 코스로 팜데일의 호텔에 머물면서 구경도 하고 밥도 거저 먹을 뿐 아니라 4가지 경품 중 하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라스베가스 왕복 항공권은 거머쥘 수 있다는 얘기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내심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얼떨떨해진 이 주부는 일 전에 인근 마켓에서 물건을 산 뒤 경품잔치에 참여한 게 당첨됐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그러나 이 주부의 의아심이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경품 참여 후 다시 마켓에 갔을 때 당첨자 명단이 게시돼 있었고 그 명단에서 빠졌었는데 어떻게 당첨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여행자 직원이 2차 추첨에서 뽑혔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여행사는 경품티켓을 통에 넣을 때 개인 신상을 기록한 종이를 넘겨받아 리조트 선전에 사용한 것이다. 직업, 생년월일 등 경품과 무관한 사항을 기록하게 돼 있는 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이 주부는 주위의 조언을 듣고는 경품 미끼를 덥석 받아먹지 않았다.
다른 한인은 대형 샤핑몰에 전시된 멋진 차가 경품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고는 밑져야 본전이라며 티켓을 넣었다. 며칠 후 경품 당첨편지와 함께 확인 전화가 결려왔다. 멋모르고 사무실 방문 예약까지 했다.
그런데 주최측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말라”는 조건을 달아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조트 구경 등 몇 시간 동안 짜여진 스케줄을 마치려면 아이들이 거추장스러운 존재라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었다”는 그는 공짜라고 덥석 안았다가 귀중한 주말을 부동산 투자설명회에 허비할 뻔한 경험을 전했다.
한 사업가는 한인타운의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경품행사를 한다기에 덤덤하게 동참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시티란 곳에 2박3일 무료 여행 기회를 얻었다. 잘 먹고 잘 놀고 짐을 꾸리는데 주최측이 “잠깐만요” 하며 관심을 끌었다. 좋은 땅이 있는데 스퀘어피트 당 1달러 ‘헐값’이니 사라는 것이었다. 이 한인은 먼 장래를 보고 1만 달러 어치를 샀다. 본인이 결정한 것이었지만 경품이 아니었더라면 사지 않았을 땅이다.
경품을 유인책으로 한 각종 비즈니스가 성행하고 미끼에 걸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투자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분 좋게 경품 여행을 갔다가 주최측의 장사 속에 기분이 잡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묻지마 투자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테러만 경계할 게 아니다. ‘공짜’에 대한 경계 레벨도 이젠 바짝 올려야 할 것 같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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