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다. 바닥에 누워 차량의 진입을 막는다. 욕설이 오가고, 물병이 날아든다. 물세례 공격에 북한 외교관의 몸이 젖는다. 경찰이 출동했다. 기어이 사단이 난 것이다. 이 해프닝은 한인 언론은 물론 LA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용천 참사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한인사회가 정성으로 거둔 성금을 북한 외교관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상사다. 북녘의 동포를 돕는다는 동포애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일단은 과격한 시위를 벌인 당사자들에게서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북한 체제를, 다시 말해 김정일 체제를 대표하는 북한 외교관의 LA 한인사회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성금 전달방법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출하는 것도 자유다. 그러나 문제는 절제되지 못한 감정 표현이고 과격한 시위문화다. 보다 성숙한 시위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과격 시위로 이런 불상사가 연출된 것은 한 마디로 추태다. 마땅히 시정되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 원인은 그러나 다른 데 있다는 생각이다. 용천 참사 피해자 돕기 성금은 그야말로 한인사회 전체가 낸, 말 그대로 성금(誠金)이다. 그러므로 이 성금을 모으고, 또 전달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칠 게 있다. 커뮤니티 전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여론수렴이고 또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빠졌다. 북한 외교관을 초청한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먼저 커뮤니티의 정서를 살펴야했다. 또 성금을 낸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 다시 이야기 하지만 그 성금은 커뮤니티의 돈이지 한인회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천 참사 돕기 성금이 순전히 한인회의 돈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렇다. 최소한 한인회 내부의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여론을 참작해야 한다. 공적인 봉사단체의 움직임이고 그런 의미에서 한인회 예산은 공금이기 때문이다. 한인들이 낸 성금을 집행하는 데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성금 전달과정에는 커뮤니티의 동의는커녕, 한인회 이사회의 공식적 승인도 없었다. 한인회의 독선과 오만이 말하자면 이번 불상사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LA 한인사회와 북한 당국과의 직접적 교류는 여간 민감한 문제가 아니다. 그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모양새가 조금만 잘못되면 한인사회의 화합을 깨뜨릴 수 있다. 즉흥적으로 접근하거나, 일 처리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그르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점을 유의해 이런 불상사가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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