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양보하고도 우선감시대상國 지정
美, 감시대상국서 되레 한단계 올려
한국은 실로 못챙겨 통상외교 실패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4일 한국의 범정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 한국을 지난 해보다 한단계 높은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지정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비해 지난달 국내 기술로 개발한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인 위피(WIPI)의 탑재 의무화를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양보한 바 있어 정부의 통상외교 실패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USTR은 이날 발표된 통상법 182조에 따른 지적재산권 보호 정도에 관한 연례 정기 점검보고서에서 ▦ 음악의 디지털 해적행위 방지 개선 미흡 ▦ 불법 DVD 판매 ▦ 모조상품 성행 ▦ 제약 특허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한국을 지난해 감시대상국(WL)에서 PWL로 상향조정했다.
PWL 지정은 감시대상국(WL)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미국이 각국의 지재권 보호 수준과 동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조사 및 협상 절차가 개시되는 우선협상대상국(PFC) 지정과는 달리 대상국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제재는 없다.
미국은 통상 1년에 한번 지재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3단계(WL→PWL→PFC)로 분류, 통상 협상에서 압력수단으로 사용해왔다. 이번 8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점검에서 한국과 함께 PWL로 상향 조정된 나라는 이집트, 쿠웨이트, 파키스탄, 터키 등 5개국이다.
그러나 한국의 PWL 상향조정은 정부가 미국측에 양보할 것을 다하고도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통상 외교의 실패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도 인정한 것 처럼 한국 정부는 지난 해 불법복제 단속을 위한 법령 재정 및 제도개선, 상설 단속반에 대한 사법경찰관 부여 등 지재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무엇보다 지난달 한ㆍ미 통신전문가회의에서 무선인터넷의 표준소프트웨어로 국내 개발된 위피(WIPI)를 의무화하려던 계획을 미국의 압력을 받고 퀄컴 등 다른 소프트웨어도 병용할 수 있도록 후퇴한 직후여서 더욱 비난을 사고 있다.
더구나 고 건(高 建)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초 통신, 지재권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PWL로 지정되지 않도록 외교, 정통, 산자부 등 관계 부처가 협조, 적극 대처해줄 것을 주문하는 등 범 정부차원의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통상 외교에 구멍이 뚤렸다는 지적이다.
무역협회 한 관계자는 “이번 한국에 대한 PWL 지정은 한마디로 ‘양보할 건 다하고도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지정과 관련,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지재권 보호 노력을 적절히 반영하지 않은데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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