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북한 용천 폭발 사고로 희생당한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이 한창이다. 100여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부상당한 이번 사고는 보기 드문 대규모의 재난이다. 특히 이번에는 나이 어린 아동들의 피해가 컸다. 어이없는 사고로 실명 위기에 놓인 채 약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있는 북한 아동들의 모습은 가슴을 메이게 한다.
국적과 인종을 떠나 세계 여러 나라가 구호품과 물자를 보내고 있는 지금 미주 한인들도 여기 동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구호기금 모금과 전달은 북한 주민을 돕자는 순수한 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특정인이나 단체의 이름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 하거나 주도권 경쟁을 벌인다면 이는 모금 운동의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과거 한인사회에서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이면서 불필요한 경쟁으로 잡음이 일거나 정작 도움이 필요한 수혜자에게 오랫동안 전달되지 못한 일이 종종 있었다. 이번에는 LA 한인사회에서 여러 단체가 돈을 모아 LA 한인회를 통해 북한 당국에 전달한다고 한다. 중구난방으로 여러 단체에서 여기저기 보내는 것보다는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전달 상대와 방식이다. 한인회는 뉴욕에 있는 북한 유엔 대표부를 찾아가 북한 관리에게 직접 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북한 주민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적십자사나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LA 총영사관에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비싼 항공료와 숙박비를 써가며 멀리 뉴욕까지 가는 것은 원래의 뜻이 어떻든 쓸 데 없는 오해의 소지를 살 우려가 있다. 여비로 쓸 돈은 모금액에 보탤 것을 권하고 싶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돕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선행은 소리 없이 조용히 할 때 더 값지다. 그 동안 한인사회에서는 돈을 모았다 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말이 많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는 단체간의 불협화음이나 생색내기 없이 북한 돕기 운동을 말끔히 마무리지어 돈 문제에 관한 한 추락한 한인사회의 이미지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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