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이 평양을 처음 방문했을 때 사방에 널려 있는 김일성 초상화와 동상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가 갖다준 물자를 모두 동상 만드는데 썼구나”라며 극도의 개인 숭배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런 덩샤오핑도 1994년 김일성 사망 소식을 접하고는 “피로 맺은 혁명 동지가 죽었다”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중국 1세대 지도자들과 김일성은 북한 창건 이전부터 끈끈한 관계를 맺어 왔다. 김일성이 만주에서 항일 유격 활동을 할 때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중국 동북항일연군 정치위원장으로 있던 웨이정민이다. 김일성은 1936년부터 1941년 항일연군이 일본 토벌대에 의해 궤멸될 때까지 그를 스승 겸 상사로 모시며 그 밑에서 빨찌산으로 뛰었다.
김정일이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 후진타오 주석과 장쩌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이번 방문은 체니 부통령이 한중일 3국을 순방한 직후 열렸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체니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라며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진행으로는 미국이 북한 핵 개발을 막을 묘책이 없어 보인다.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은 이라크에 발목이 묶인 지금 사실상 불가능하고 클린턴처럼 물자를 대주고 핵 동결을 요구하는 것은 매파 주도 하의 부시 행정부로서는 생각할 수 없고 경제 봉쇄는 한국과 중국의 협조 없이는 어렵고...
현 상태에서 미국이 북핵 문제를 푸는데 중국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대만 카드’라는 게 분석가들의 의견이다. 대만의 흡수 통일은 중국 지도자들의 지상 명령이다. 가뜩이나 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대만이 핵까지 가질 경우 통일은 더욱 힘들어진다. 체니가 이번 방문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대만의 핵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에 자주 다녀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중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반감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 동안 숱한 물자를 가져다줬는데도 북한 사람들은 중국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법이 없고 북한 교과서에는 6·25 때 중국의 도움으로 북한이 겨우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급증하면서 국경 인근 중국인 가정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는 일이 잦은 것도 북한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 환하게 웃는 사진에 나온 김정일은 한 때 공산 종주국을 자처하던 소련과 중국이 갖다 버린 인민복을 입고 있다. 넥타이를 맨 말끔한 양복 차림의 중국 측과 대조적이다. 후진타오를 비롯한 소위 혁명 4세대 지도자들은 김정일과는 아무런 이념적 인간적 유대관계가 없다. 과연 중국이 대만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북한 편을 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