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우리 민주당이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얻음으로써 한국의 정국은 16년만에 처음으로 여대야소의 구도가 됐다. 대대적인 물갈이고 세대교체다. 이는 어찌 보면 진정한 의미의 양당제가 뿌리를 내리는 한 과정으로도 보인다. 진보와 보수가 균형 있게 의석을 갈랐기 때문이다.
양당 구도로 짜여진 17대 한국의 국회의 갈 길은 그러나 순탄해 보이지만은 안는다. 오히려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 갈등이 가져온 상처를 봉합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 6자 회담, 주한미군 문제 등 한국이 맞은 국제적 과제에 탄력 있게 대처해야 한다. 안팎으로 맞이한 도전이 하나 둘이 아니어서 하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높다. 한국의 정치는 여전히 지역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세대간의 골이 여간 깊은 게 아니다. 또 반(反)미와 친(親)북으로 상징되는 이데올로기의 대립구도가 너무나 선명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고질적 병폐다. 새 국회가 이 같이 깊은 갭을 메울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은 과연 갖추고 있는지, 또 새로운 원내 다수세력의 정체성은 어떤 것인지, 한국의 정국을 바라보는 미주 한인의 시각은 안도 보다 염려가 앞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먼저 요구되는 건 다름 아닌 상생(相生)의 정치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대착오적인 민주와 반민주, 통일과 반통일, 보수와 진보라는 소모전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렇다. 역시 상생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진보의 승리를 반(反)미정서 확산’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새 국회는 한·미 양국 관계를 ‘윈-윈(win-win)의 관계로 이끌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본다. 미국은 현재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다. 반미운동이 거세게 일어나 미국이 등을 돌린다면 한국은 얻는 게 없다. 미주 한인들에게 있어서는 더구나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사태다.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한국의 새 국회가 미주 한인을 비롯한 해외동포의 권익을 적극 보호하는 정책을 제대로 펼쳐달라는 것이다. 여소야대의 정국, 대립의 정치를 맞아 해외동포 정책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왔다. 이제는 여대야소의 정국이다. 세계화 시대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동시에 해외동포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포괄적 플랜이 마련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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