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월 스님(백운 선방)
사람은 누구나 과실을 범하고 산다. 모두 자신을 위해 산다고 해도 게을러서 짓는 허물도 있고, 탐욕스러워 짓는 허물도 있고, 자기 기분을 자제하지 못해서 짓는 허물도 있고 무지하고 어리석어서 범하는 허물도 있다.
소백산에서 만난 어느 스님을 통해 고정관념이 없어진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불교는 다른 종교보다 성직자들에게 많은 멍에가 씌워진다. 특히 어떤 계는 범하면 절 집에서 쫓겨나고 승려로서의 생명이 끊기는 죄도 있는데, 이것을 ‘바라이(parajika)’라고 하며 살생(殺生), 투도(偸盜), 사음(邪淫), 망어(妄語)의 네 가지 바라이가 있다.
깨달음을 목표로 하는 불교는 타종교보다 엄격하고 힘든 수행도 따라야 하기에 일반인들은 부담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진리이다.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능히 극복하면, 그 사람에게는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없게 된다.
소백산 스님을 만나게 된 것은 어느 스님을 찾아갔다가 우연히 만났다. 마침 성도재일(成道齋日) 법회가 열려 법당에서 주지 스님의 설법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유난히 얼굴이 해 맑은 스님의 모습이 보였다.
그 스님은 어려서 절에 왔다고 했다. 무슨 이유로 일찍 왔는지 묻지 않았지만, 절 집에서 성장하고 자란 셈인데 어느 날 갑자기 한 여인에게 마음을 모두 빼앗겨 버렸다고 한다. 본분으로 돌아가려고 무단히 애썼지만 한참 혈기 있는 때인지라 그 여인과 나가서 살림을 차리고 말았다고 한다.
절에서 곱게 자란 사람이 마을에 나가 부인과 아이를 위해 죄 안 짓고 할 수 있는 것이 공사장의 막노동과 벽지 바르는 일밖에 없더라고 했다. 주로 벽지를 바르면서 생계를 이어갔는데 나중에는 부인이 된 그 여인이 원수같이 여겨지더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사악했고 왜 사는지 너무나 한심해 보였으나 다시 절로 돌아가려니 받아 줄 것 같지도 않고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져 고민하다가 결심한 것이 차라리 철도에 치어 자살하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고 한다.
죽을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는지 열차는 급정거해서 섰고, 고단한 목숨은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그 때, 한 줄기의 생각이 머리를 스쳤는데 어차피 죽을 바에야 절에 가서 다시 애걸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비장한 각오로 예전 절 집의 사형을 찾아가서 애걸하니, 어른 스님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며칠을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처럼 기다렸는데, 어른 스님들은 서울에 다니러 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며칠 후 어른 스님들이 허락이 내려 절 집에 다시 들어올 수 있었지만 불전(佛前)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산신각에서 100일 기도를 했고 그 후 지장전에서 기도가 무사히 끝난 뒤 비로소 부처 앞에 설 수 있었다고 한다. 다시 부처 앞에 선 것이 너무 행복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여름에는 옷을 안 입고 벌거벗고 수행을 했다고 한다.
마치 짐승처럼 사람이 오면 도망가고, 그런 생활을 하면서 수행을 철저히 하다가 어느 날 마음자리가 열려 견성(見性)한 것이었다. 그 스님은 내가 알고 있는 고정관념, 즉 파계(破戒)승은 성불하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우쳐주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모두 이야기 한 것이었다. 사람은 백 번 된다는 말은 우리에게는 모두 발현(發顯)되지 않은 불성(佛性)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이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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