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018피트(310미터). 지하 2층 지상 73층. 미시시피강 서부지역에 세워진 최고층. 임대 사무실과 점포 등 총 143만스퀘어피트. 1억달러 규모의 LA 중앙도서관 재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1987년 착공해 1989년 완공돼 라이브러리 타워로 명명.
2003년 3월 미네소타에 본사를 두고 있는 US뱅크가 리스계약을 체결하면서 US뱅크 타워로 개명. 포스트 모더니즘 풍의 건축물로 완전히 둥글지도 모나지도 않은, 직선과 곡선의 미를 적절히 조화한 명물. 빌딩 로비에는 LA의 역사가 고스란히 묘사돼 있고, LA 다운타운에서 ‘카페 피노’와 ‘맥코믹&쉬믹스’ 등 이름 있는 레스토랑들도 한 지붕 식구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옥상 헬기착륙장. 빌딩 머리 부분에 설치돼 별들과 함께 밤하늘을 밝히는 ‘유리 왕관.’ 인근 샤핑객이나 보행자들에게 도심 한복판의 휴식공간인 맥과이어 가든과 벙커 힐 스텝스. 한마디로 다운타운 중심부에 위치한 US뱅크 타워는 LA의 상징.
US뱅크 타워는 큰 지진대에 위치한 건물 가운데 최장신. 상상하기 힘든 진도 8.3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이 타워는 말 그대로 난공불락의 요새.
그런데 이 타워가 순식간에 불기둥으로 변하더니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외계로부터 날아 온 직경 550km, 달의 4분의1 무게인 어마어마한 비행물체로부터 공격을 받아 녹아 내렸다. 아비지옥 자체였다. 1996년 화제를 뿌렸던 SF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외계인에 의해 유린당한 지구촌의 한 장면이다. LA에서 제일 높은 US뱅크 타워가 외계인의 공격 표적이 된 것이다.
굳이 공상과학 영화를 떠올릴 것도 없다. 엔젤리노들을 전율케 하는 것은 US뱅크 타워가 9.11 뉴욕 테러사건 이후 수개월 내 폭파돼야 할 알 카에다의 서부지역 목표였다는 테러조직책 칼리드 모하메드의 진술. “시카고 시어즈 타워와 LA의 US뱅크 타워가 타겟이었다”는 정보를 정부관계자로부터 전달받은 LA경찰국은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했고 다운타운 고층빌딩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대피훈련을 실시했다.
정보기관은 모하메드의 진술내용에 대한 진위에 함구하고 있지만 연방수사국 요원들은 US뱅크 타워 오너와 조용히 비상대책을 논의했다. 그리고 빌딩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650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했다. 테러 계획이 사실이었든 아니었든 아무 일 없이 지나간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판을 보면 테러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다. 범행 전 테러리스트를 색출하는 것은 드러매틱해 보인다. 테러와의 전쟁엔 무력이든 정보력이든 힘이 효과적이라는데 토를 달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힘을 총동원해 테러의 뿌리를 뽑겠다고 야단들이다. 그런데도 테러 불안이 수증기처럼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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